[기자수첩] 우리 경제의 안개, 국회가 걷어줘야

안재용 기자
2025.02.13 05:00

[the300]

"정부가 뭘 하겠다고 발표해도 지금처럼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움직이기 쉽지 않아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기업 관계자는 요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들도 기업들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국에서 외국 기업들이 투자하기 힘든 이유가 '예측하기 힘든 규제 환경'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국가의 리더십이 부재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국회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과연 그런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지난해 말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을 포함해 190개 안팎의 법안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여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는 바람에 비쟁점 법안들까지 도매금으로 묶여 처리가 미뤄졌다.

전날에야 여야는 조세소위에서 반도체 R&D(연구개발)와 시설투자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연장하고 공제율을 상향하는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뒤늦게 처리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분초를 다투는 글로벌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일이다.

또 조세소위는 중견·중소기업의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2년 연장했으나, 정부가 당초 소급 적용을 약속했던 지난해 대기업들의 투자분은 지원대상에서 빠졌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보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 정부 정책은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지만 국회가 만드는 법률은 쉽사리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 원내대표가 전날 "반도체에는 이념도 없고 정파도 없다. 이기는 방법만 고민하자"고 한 건 반길 일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반도체특별법과 관련 "(여야가) 합의된 부분만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빼고 나머지라도 먼저 입법해 우리 경제의 안개를 조금이라도 걷어주면 어떨까.

안재용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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