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반도체 특별법', 여야에 거는 기대[기자수첩]

김도현 기자
2025.02.20 05:23

[the300]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Ⅲ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들지만...동시에 변화의 신호탄이란 점에서 반갑죠."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 적용 여부를 둘러싼 여야의 '반도체 특별법' 공방과 관련, 반도체 업계만 대상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현실에 대해 한 부러움과 타 산업군 적용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교차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작은 기대조차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17일 여야가 52시간 예외 조항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반도체 특별법 처리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노동시간 유연화에 공감한단 취지의 발언을 해 기대감이 높아졌던 만큼 실망감 또한 컸다.

우리나라에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건 전쟁 중이던 1953년 5월이다. 부산 조선방직의 열악한 작업 환경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일으킨 이른바 '조방쟁의'가 도화선이 됐다. 1970년 서울 평화시장에서 전태일 열사가 자신을 희생하며 부르짖은 것은 이때 제정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란 요구였다.

지난 70년간 우리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담론은 인간적인 삶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루 8시간 근무제가 자리 잡은 뒤 순차적으로 연착륙한 주5일 근무제와 주 52시간 근무제는 공무원·해운·항공 등 소수의 예외 업종을 제외한 대다수 노동 현장에 일괄 적용돼왔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이렇게 경직된 노동시간 규제론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노동시간 규제도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적용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 반도체뿐 아니라 조선·자동차·이차전지·방산 업계도 관심을 갖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이재명 대표가 강조한 것처럼 총노동시간이 길어지지 않는 선에서 산업·직군에 따라 주별 또는 월별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AI(인공지능), 양자기술 시대를 앞두고 한국이 첨단 산업에서 경쟁에서 밀리는 것 만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비록 한 차례 합의에 실패했지만, 여야가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시대 변화와 산업계의 요구에 호응하는 합리적인 타협안을 도출해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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