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 시 열릴 조기 대선 경선 룰을 두고 벌써부터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야권 통합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을 제안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사이에서 이에 동조하거나 유사한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잇따르면서다. 이에 혁신당과 민주당 비주류가 야권 경선룰을 놓고 연대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선민 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교체의 길은 결코 간단치 않다"며 "내란 종식과 헌정 수호,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에 함께하는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에 우리 민주주의 최초로 '대선 오픈프라이머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공직 선거에서 정당의 후보자 선출 과정에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해 후보를 선출하는 제도다. 혁신당은 △야권 모든 정당의 모든 대선 후보가 참여할 것 △결선투표제의 도입 △후보·공약 모두 국민 손으로 결정할 것 △100% 온라인 투표의 아레나 방식 등 원칙도 함께 제시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는 야권 연합의 의미를 극대화하는 획기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서도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의 간사를 맡은 양기대 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살길은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라며 "지지층을 확장해야 하는 민주당은 조기 대선 경선을 역동적이고 모두가 화합·통합하는 장이 되도록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썼다.
최근 대권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동연 경기지사는 혁신당의 오픈프라이머리 제안에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일 SNS(소셜서비스)에 "내란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에 대해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다"며 "오픈프라이머리는 후보 경쟁력을 끌어올려 대세를 만들 확실한 방안"이라고 적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전해철 전 민주당 의원도 같은날 SNS를 통해 "혁신당이 야 5당에 제안한 오픈 프라이머리는 실질적인 통합을 위한 좋은 의견으로 민주당에서 적극 검토하여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동등한 조건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누가 승리하든 진정한 야권 후보로서의 자격을 갖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경선 흥행과 본선 경쟁력, 외연 확대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야권 내에서 유력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전국민경선을 제안하는 표면적인 이유로 국민 통합을 거론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 대표 지지층의 입김이 강한 권리당원을 경선 투표에서 배제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대선 때마다 특별당규를 따로 마련해 경선을 치른다. 통상 국민참여경선으로 직전인 제20대 대선에서는 권리당원과 일반국민이 50%씩 참여하는 방식으로 예비경선이, 전국대의원·권리당원·일반국민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1인 1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본 경선이 치러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란 이유로 말을 아끼고 있다. 내부는 조기대선이 일반 대선보다 선거 기간이 짧다는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기존의 룰을 변경하는 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헌법에 따르면 헌재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완전국민경선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조기 대선의 경우 30일 이내에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야권 전체를 묶어서 하거나, 새롭게 경선 룰을 정하기엔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경선 룰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 중인) 헌재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