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31일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협상 결과가 성공적이라면서 국회 차원의 후속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적절한 수준"이라며 일부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기업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표했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됐다"며 "대통령의 말씀처럼 이번 협상을 통해 한미 간의 산업 협력은 더욱 강화되고 한미동맹도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10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할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각각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무역 합의를 30일(현지 시각) 타결했다. 이번 합의는 8월1일 관세 유예 조치 종료를 이틀 앞두고 이뤄졌다. 여권 내에서 우려가 제기됐던 쌀·소고기 추가 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김 대행은 "이제 국회가 응답할 시간"이라며 "민주당은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 수출시장 다변화 등 산업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 앞서 SNS(소셜미디어)에 정부에 조력한 기업인들에 감사함을 전하며 "역시 대한민국이다. 위기 앞에 우리는 언제나 하나"라며 "빛나는 저력에 가슴이 뭉클하다"고 쓰기도 했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애초에 미국이 짜놓은 판 위에서 해야 하는 어려운 협상이었지만 정부는 우리가 지켜야 할 국익들을 철저히 지켜냈다"며 "민주당은 책임 여당으로서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이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8.2 전국당원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박찬대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도 제각각 SNS(소셜서비스)를 통해 협상 타결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냈다. 의원들은 대미 투자에 대해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쌀·소고기 추가 개방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두고 "다행"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정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님과 관계자분들 수고하셨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일본, 유럽연합(EU)과 비교해보건대 선방했다"며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후속 조치에 따른 협력할 부분이 있다면 국회에서 잘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특히 3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산업 협력 펀드, 그중에서도 1500억 달러의 조선 협력 전용 펀드는 우리 기업들의 미국 진출에 든든한 뒷받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협상이 대한민국 경제에 긍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이재명 정부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전폭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안도와 우려하는 반응을 동시에 쏟아냈다. 주변국 상황을 고려해 일정 부분 성과를 평가하면서도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부담을 지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상호관세 등이) 15%로 합의된 점은 일본이나 EU(유럽연합)와 동일한 관세율로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총 4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와 구매가 필요한 상황인데, 우리 보유 외환보다 많은 과도한 금액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해서 자동차는 관세율이 제로였고, 일본은 2% 적용받고 있었다"며 "동일하게 15%가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일본 차의 경쟁력이 더 향상되는 점이 우려된다. (정부가) 협상 시한에 쫓겨 많은 양보를 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같은 자리에서 "재계와 국민 모두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금 자화자찬에 몰두할 때는 아니다. 협상이 타결됐다 해도 이미 상당 우리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예고 받은 상황이고 여러 희생과 양보가 뒤따랐다"고 말했다.
여당이 파업 손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과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 확대를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집중투표제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 등을 표결로 강행하려는 상황도 지적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기업들이 대내외적으로 이중고에 직면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을 억누르는 정치가 아니라 함께 사는 상생 경제여야만 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일부 아쉬움도 내비쳤다. 국립외교원장 출신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농축산 부분을 막았다면 선방"이라면서도 "어느 쪽으로 해석해 봐도 불리한 게 GDP(국내총생산)는 일본이 우리의 2.5배이기 때문에 우리는 2200억달러 (투자가) 맞는데 1300억달러를 더 준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이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하게 된 데 대해서도 "인도, 캐나다, 멕시코, 한국을 합치면 미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다. 네 나라가 공조해 버텼어야 하는데 아쉽기는 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