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 개편 내용을 제외하는 양보를 선택했지만 야당과의 합의에 실패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끝내 피하지 못했다. 향후에도 이런 패턴이 반복될 경우 이번 정기국회를 목표로 했던 여당의 주요 입법 과제 처리에 차질이 우려된다.
국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본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상정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에 돌입했고, 여당은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종결 동의서를 제출하면 이로부터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법은 26일 저녁쯤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상정되는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국회 상임위원회 명칭 및 소관 사항을 조정하는 국회법 개정안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개정안 등 3개 법안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뿐 아니라 상정된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응수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긴급 고위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 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가운데 야당이 반대해 온 금융위원회의 정책·감독 기능 분리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을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쟁점 4개 법안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기로 했다.
매번 법안 처리 지연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던 국민의힘 입장에선 처음으로 정부·여당의 전향적인 양보를 끌어낸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에도 같은 전략을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당초 이번 본회의에선 69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조속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4대 쟁점 법안 중심으로 상정안을 새로 꾸린 민주당 입장에선 난감한 대목이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개원 전 워크숍을 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성장·개혁·안전 등 4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224개 중점 법안 처리를 공언한 바 있다. 사법·언론 개혁, 자사주 소각을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 배임죄 폐지 등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들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 개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수정안을 낼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을 두고 "통탄스럽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금융위원회 개편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해해주시고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면서도 "국민의 뜻에 따라 출범한 이재명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필리버스터를 거는 것은 미래로 (향하겠단) 것을 저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조직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걸며 반대하는 야당이 지금까지 있었나"라며 "이렇게 발목을 잡는 것에 대해 대선 불복이고 총선 불복이라고 주장하면 과연 국민의힘은 뭐라고 답변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대단히 개탄스럽고 유감스럽다"며 "내란의 완전한 청산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완성하기 위해 이 고비를 잘 넘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