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이 주최하는 최대 이벤트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27일 경주에서 막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를 비롯해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약 61%와 교역량의 51%를 차지하는 APEC 참여국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다.
외교부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는 이날 정상회의 준비 상황 등을 점검하는 최종고위관리회의(CSOM)를 시작으로 다음달 1일까지 일주일간 경북 경주 보문단지 내 화백국제컨벤션센터(HICO) 일원에서 열린다. 한국은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개최 이후 20년 만에 의장국을 맡는다. 이번 정상회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열린다.
이날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CSOM에서 정부는 정상회의 준비 상황 및 올해 APEC 정상회의 핵심 성과로 추진하는'AI(인공지능) 협력'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 현황 등을 참가국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CSOM의 결과는 29~30일 열리는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에 보고된다.
AMM은 APEC 정상회의 직전 최종 점검 차원에서 이뤄지는 장관급 회의로 APEC 21개 회원 외교·통상장관이 참석한다. 회의에선 APEC 정상회의의 핵심의제인 △역내 무역 질서 △AI·디지털 전환 △공급망·에너지 안정 등의 의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AMM은 정상회의 본회의 전 지역 경제 현안과 APEC 회원들의 입장을 사전 조율하는 정책 협의의 핵심으로 꼽힌다.
AMM 회의에 따라 APEC 공동선언에서 자유무역 관련 합의문 문구 등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른바 APEC 공동선언문인 '경주 선언'과 별도로 올해 중점 의제인 AI 협력 등에 대한 결과 문서 채택도 추진 중이다.
APEC 정상회의 본회의는 오는 31일 1세션과 다음달 1일 2세션으로 진행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의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한다.
1세션에서는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를 주제로 무역과 투자 증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어 2세션은 '미래의 변화에 준비된 아시아 태평양 비전'을 의제로 AI 발전, 인구구조 변화 등의 흐름 속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성장 동력 창출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정부는 31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을 위한 만찬도 주재한다.
정부는 이번 행사에서 '경주 선언' 채택을 목표로 문안을 조율하고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공식 선언문에 대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쟁점이 있지만 이를 조정해 선언문이 나올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이 대통령에게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6월 캐나다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9월 유엔 총회에 이어 세 번째 다자외교 무대이지만, 한국이 직접 다자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이다. 위 실장은 지난 26일 한 언론에 출연해 "새 시대의 변화에 맞는 협력 모듈을 만들어 내고 알리는 과정에서 우리의 지도적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PEC의 하이라이트는 한미·미중·한중 간의 양자 정상회담이다. 한미는 29일, 미중은 30일, 한중은 11월1일 각각 정상회담을 연다.
30일 오후 일정을 비워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깜짝 회동'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밝힌 상태여서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의 공은 사실상 북한으로 넘어간 상태다.
APEC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 만나 한일 미래 지향적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 세계 기업인들을 위한 교류의 장도 열린다. 28~31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주최로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과 수출·투자 연계행사, K-테크 쇼케이스 등의 행사가 개최된다.
APEC CEO 서밋은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의장을 맡는다. 이 자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1700여명의 기업인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APEC CEO 서밋 개막식에 특별 연사로 참여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날 APEC CEO 오찬에서 기조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