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의원들의 '어록'이 탄생한다. 정쟁 등에 가려서 조명을 덜 받았던 의원들의 빛나는 촌철살인 말들을 모아봤다.
먼저 국감 도중 고릴라를 그리는 모습이 포착돼 진땀을 뺀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다. 유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답변하자 "대한민국을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직격했다. 유 의원은 "여러분(MBK)은 전문가다. 손실이 났으면 책임져야지, 이득만 생각하나"고 비판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런던베이글뮤지엄' 직원 과로사 의혹 문제에서 사회초년생의 현실을 포착한 질의를 선보였다.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 종감에서 "장관은 전문가니까 (부당한 계약 조항을) 금세 알아차리지만, 사회초년생은 법과 권리를 잘 모른 채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런베뮤도 마찬가지"라며 "처음 일하는 사람이 많아서 '원래 이런가 보다'하고 버텼다고 한다. 원래 이런 게 어디 있느냐. 19세기 런던도 아니고. 그 회사 책임이고 청년에게 법과 권리를 말해주지 못한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고 짚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부동산 대책을 '장거리 마라톤'에 비유해 눈길을 끈 의원도 있다. 안태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 종감에서 "42.195km 달리는 마라톤에서 5km, 10km, 15km 순위가 뭐가 중요하냐"며 "계주 도중에 앞 주자들이 다 꼴찌 했는데 지금 달리는 주자가 꼴찌 한다고 핀잔을 준다. 부동산 정책은 여야를 떠나서 한 팀의 시각을 갖는 게 맞지 않겠냐"고 말했다.
경찰 출신인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동료들을 향해 "정말 부탁드린다"며 절절한 부탁을 했다. 서 의원은 지난달 17일 경찰청 국감에서 "검찰청도 폐지되고 경찰수사의 시대가 열린다. 여러분이 그토록 염원했던 경찰수사 독립이 다가오고 있다"며 "오직 국민을 위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한번 해보자는 게 목표 아니냐. 독자적인 수사권을 남용해서 특정 집단에 충성하기 위함이 아니었음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국감엔 다양한 증인과 참고인들도 참석해 국감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달 30일 보건복지위 국감에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우 한지민 쌍둥이 언니 역으로 활약한 다운증후군 장애인 배우 겸 화가 정은혜(35)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씨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더 신난다. 일자리가 제 삶을 바꿔 놓았는데 없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