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마치고 26일 귀국한다. 이번 방문을 통해 UAE(아랍에미리트)에서만 향후 방산, AI(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50조원 넘는 수주가 기대된다. 이집트에서는 조 단위 건설 제안을 받았으며 튀르키예에서도 대규모 원전 프로젝트 수주 기대감을 높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각국 정상들과 유대감을 강화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를 국빈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7박10일 간의 순방 일정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이 중동·아프리카를 찾은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UAE는 중동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국가로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 앞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로 임명, UAE로 보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에 친서를 전달하는 등 외교관계를 강화하는데 공을 들였다.
순방 성과는 두둑했다. 이 대통령은 모하메드 대통령과 57분 간의 정상회담 후 △한-UAE 전략적 AI 협력 프레임워크 △AI 분야 협력에 관한 MOU(양해각서) △우주협력에 관한 MOU △한-UAE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경제협력위원회 행정 및 운영 MOU 등 7건의 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향후 투자, 국방·방산, 원전, 에너지 기존 4대 핵심분야에 더해 AI, 바이오, 우주 등을 포함한 첨단기술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한국도 참여키로 했다.
방산과 관련해 양국은 공동개발, 현지생산, 제3국 공동수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화 등과 관련해 UAE-K 시티 조성 제안에 UAE는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 양 정상은 회담 후 '한국과 UAE 100년 동행을 위한 새로운 도약'이라는 제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강 실장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이번 UAE 방문 성과에 대해 AI 협력 200억달러(약 30조원), 방산수출 150억달러의 성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UAE는 이 대통령이 입국할 때는 물론 출국할 때에도 전투기 4대를 영공에 띄워 이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를 호위토록 하는 등 극진히 예우해 눈길을 끌었다. UAE는 163층의 두바이 초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에 초대형 태극기 영상을 띄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이집트 카이로를 공식 방문해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우리나라에서 취임 원년에 이집트를 찾은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특히 올해는 이집트와 수교 30년을 맞이한 해로 이 대통령은 알시시 대통령과 예상 시간을 넘긴 111분 간의 정상회담 후 '공동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포괄적 경제 동반자협정(CEPA)'을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CEPA는 국가 간 전반적인 관세철폐를 목표로 하는 FTA(자유무역협정)와 비슷하지만 산업협력, 투자보호 협력의 내용까지 포괄해 FTA보다 적용범위가 더 넓은 것으로 여겨진다. 기술, 교육, 서비스 분야에서도 양국 간 장기협력이 가능하다.
양국은 또 교육 부문 협력 MOU, 문화 협력 MOU 등 두 건의 MOU를 체결해 한국어 교육, 교육의 디지털 전환, 박물관 간의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다.
양국은 방산 분야를 두고도 의견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K-9 자주포 공동생산으로 대표되는 양국 방산 협력이 앞으로 FA-50 고등훈련기 및 천검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확대되길 바란다"며 "알시시 대통령도 한국의 높은 방산 기술력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고 공동생산 등 호혜적 협력이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비공개 회담 자리에서 알시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3조~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카이로 공항 확장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것을 제안하는 등 한국과의 경제 협력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알시시 대통령에 내년 10년 만의 방한을 제안했고 알시시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의 계기가 됐던 남아공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정상외교의 지평을 넓혔다. 한국은 이재명정부 집권 4년차인 2028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는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 세션 발언을 통해 지난 9월 유엔(UN)에서 제시한 글로벌 AI 기본사회와 포용성장의 비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WTO(세계무역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자무역체제 복원 필요성을 짚었고 우리 주도로 채택된 '투자원활화 협정'이 WTO 정식 협정으로 채택될 필요성을 강조했다.
각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다자외교의 장도 십분 활용했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부지런히 다자·양자 회동을 추진, 각국 정상들과의 접점을 늘렸다.
이 대통령은 올해 우리가 의장국을 맡은 믹타(MIKTA·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튀르키예, 호주) 정상급 인사들과의 회동을 주재, 다자주의 강화와 국제 협력 촉진을 위한 믹타의 가교 역할을 재확인했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각각 진행했다. 유럽 방산강국 프랑스·독일과 상호 기술 보완과 생산 역량 결합 등 협력이 기대됐다.
이 대통령은 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별도 회동했다. 모디 총리는 조선업 분야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에서도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각각 회동해 한국과 각국 간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 순방지인 튀르키예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해 레젭 타입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우리나라 정상이 튀르키예를 국빈방문한 것은 13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가 한국전쟁 당시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장병을 파병해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임을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는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 관계로 확대·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양 정상은 103분의 정상회담 동안 방산, 바이오, 인프라, 원전 등 다방면에 걸쳐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상회담 후 양국은 원자력 협력 MOU를 포함해 총 3건의 MOU를 체결했다. 원자력 협력 MOU를 통해 양국은 △원자로 기술 △부지평가 △규제·인허가 △금융 및 사업모델 △원전 프로젝트 이행 등을 협력 범위로 해 이를 위해 공동 워킹그룹 구성, 정보·경험·노하우·지식을 공유하고 전문인력 상호 방문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MOU 체결로 튀르키예가 추진 중인 시놉 제2원전 사업에서 한국이 부지평가 등 초기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 향후 사업 수주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튀르키예는 2050년까지 시놉 지역에 20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한전은 2023년 시놉 원전 사업 참여를 위해 발전용량이 1400MW에 달하는 'APR1400' 원자로 4기를 건설하는 예비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양국은 이밖에 가족사회부 간 보훈협력에 관한 MOU, 도로 인프라 분야에 관한 협력 MOU도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튀르키예와 각 분야별 실질적 협력의 진전 사항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이행하기 위해 양국 간 경제공동위원회를 10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며 "양국의 포괄적 협력을 아우르는 대한민국과 튀르키예 공화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발표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