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과 고성이 오가고 파행을 거듭한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피감기관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해결책까지 끌어낸 국회의원들이 없지 않았다. 지난 가을을 빛낸 여야의 '국감 스타' 의원 22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의 '2025 국정감사 스코어보드 대상' 시상식을 통해서다.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쟁점 법안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는 와중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진심으로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스코어보드 대상을 받은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수상소감에서 같은 국토위 소속으로서 함께 수상한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을 치켜세웠다. 박 의원은 "여야를 떠나 진짜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권 의원은 "국회에서 싸움꾼이 아니라 일꾼 의원들을 만날 수 있어 위안이 된다"고 화답했다.
의원들은 수상 소감에서 국정감사를 함께 준비한 보좌진들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도 "순간 치열하게 준비해 준 보좌진의 노력이 있었기에 (수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정감사는 일종의 종합예술과 같다"며 수상의 공을 보좌진에게 돌렸다.
보좌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국방위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한 보좌진이 "고기 사주세요"라고 외치고, 유 의원이 "고기 쏘겠다"고 응답해 장내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의원들은 스코어보드 대상 수상을 계기로 보다 정정보다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사위에 있다 보니까 특별히 더 싸울 일이 많다"면서도 "좀 더 공감받는 활동을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법사위 소속 주진우 의원도 "이번 수상은 법사위가 굉장히 아무래도 최전선에서 싸우는 상임위인데 보다 서로 매너를 지키면서, 좀 더 대화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과학기술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AI(인공지능) 대전환 시대에 AI와 관련해서 감히 가장 국회에서 전문성이 있는 의원으로서 계속해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올해 국감 스코어보드 대상은 11개 주요 상임위별로 최우수 의원을 여야 각각 1명씩 뽑아 총 22명에 수여했다. 수상자(이하 여야 순)는 △법사위 박균택·주진우 의원 △정무위원회 이정문·강민국 의원 △기획재정위원회 김태년·박수영 의원 △과방위 한민수·이해민 의원 △외교통일위원회 한정애·김기웅 의원 △국방위 황희·유용원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한병도·서범수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동아·김성원 의원 △보건복지위원회 김윤·최보윤 의원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조지연 의원 △국토위 박용갑·권영진 의원이다. 평가 기준은 △정책 전문성 △이슈파이팅 △국감 준비도 △독창성 △국감 매너 등이다.
머니투데이 더300 기자들은 지난 10월13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국감이 열리는 주요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을 늦은 밤까지 지키며 의원들의 질의를 직접 보고 들은 결과를 토대로 수상자를 선정했다. 정쟁에만 몰두하거나 보여주기식 호통에 치중하는 속칭 '쇼츠(온라인 콘텐츠용 짧은 영상) 국감'에 나선 이들보다 매너 있게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한 의원들이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익태 머니투데이 편집국장은 이날 축사에서 "머니투데이 더300은 국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원 여러분과 보좌진 여러분이 기울이는 노고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고 자부한다"며 "국정감사의 가치를 지켜주신 수상 의원 여러분과 보좌진 여러분께 독자와 국민들을 대신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엔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깜짝 방문해 수상 의원들을 격려했다. 김 원내대표는 "받으실만한 분들이 받은 것 같다"며 "제가 국방위원인데 유용원, 황희 의원은 잘 뽑았다"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