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기획사를 설립해 급여를 받아온 유명 배우 A씨. 국세청은 '개인 전속계약금을 페이퍼컴퍼니 수익으로 가로챈뒤 낮은 세율을 적용받은 편법'이라며 수억원을 추징했다. 조세심판원은 그러나 "아티스트 법인은 실체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인이 A씨 외 매니저 등 실무 인력을 고용해 급여를 줬고, 임대차 계약을 맺어 사무실도 운영했기 때문이다. 국세청 처분은 취소됐다.
#. 유명 가수 B씨가 소속된 1인 기획사는 한 제작사와 공연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국세청은 '가수의 용역이 핵심이고 법인은 단순 통로일 뿐'이라며 공연 수익 전체에 대해 개인 소득세로 과세했다. 법원은 그러나 "계약 책임 주체는 법인"이라고 판단했다. 공연 취소시 발생하는 위약금의 최종 책임자가 법인인 데다, 법인이 홍보와 제작비용을 투자해 리스크를 부담했다는게 판결의 핵심 근거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와 K-컬쳐의 위상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 배우들때문에 글로벌 OTT(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가 연기자 출연료 상한선을 만들 정도다. 상한선을 치받는건 출연료뿐이 아니다. 얼마 전 국세청은 가수 출신 배우 C씨에 대해 총 200억원대 소득세를 추징했다. 국내 연예인 사상 최고액이다.
절세와 탈세 사이에서 줄을 타는 톱스타 스캔들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사례가 너무 많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게 연예인이다. 좋은 이미지로 지속적으로 작품활동을 하면 기대수익은 커진다. 그런데 세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다 대중의 비난에 노출된다. 커리어가 끊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과세당국의 이런 탈세 추징 중 상당수가 조세심판원 등에서 뒤집힌다. 취소 처분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국세청과의 송사만도 부담스러운데 더 척을 지면 연예인에게 좋을 일이 없어서다. 콘텐츠 제작사 D대표는 "국세청 탈세 주장들은 조세심판원에서 대부분 깨진다"며 "C씨에 앞서 이뤄진 미스코리아 출신 여배우 E씨에 대한 추징도 최근 취소 판결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연예인과 국세청 공방의 중심에는 '1인기획사' 시스템이 있다. 처음 등장한 2000년대 초반엔 실제로 문제가 상당했다. 수입 누락과 법인카드·차량 오용으로 인한 과세가 이어졌다. 업계는 이를 보완한 게 지금의 1인기획사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1인기획사가 연예인을 관리하며 법인으로 기능하고, 대형기획사와 추가 계약을 맺어 작품활동을 하는 구조다.
해외에선 이미 일반적이다. 미국의 '론아웃'(Loan-out)이 대표적인데 절세 목적까지 인정받는다. 1인기획사가 과세 추징의 주요 타깃인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에선 1인기획사가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도관회사)냐, 실제 법인으로 역할을 하느냐가 쟁점이다.
업계에선 연예인들이 무리수를 두고 탈세 낙인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한다. D대표는 "연예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세무사와 법률 검토를 마친 후 세금 처리를 한다"며 "갑자기 국세청에서 탈세로 단정짓고 조사를 개시한 후 해당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C씨 추징 정보를 유출한 공무원에 대해선 현재 고발이 이뤄진 상태다.
현재의 1인기획사 모델은 글로벌 엔터산업 진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는게 업계 입장이다. 당국은 이를 관행적 탈세 구조로 보고 과세한다. 구시대적이고 과도한 과세 잣대라는 업계의 해명과 강하게 맞부딪힌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막대한 소득을 얻는 연예인들은 당연히 성실 납세자가 돼야 한다. 반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K-콘텐츠산업에 대한 과세시스템이 2000년대 초반 이른바 '딴따라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 의식도 상당하다.
대한민국 성장 엔진으로 자리잡은 K-콘텐츠의 수준에 맞게 과세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주먹구구식 과세 시스템은 K-콘텐츠와 한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제도화한 가이드라인과 예측 가능한 과세 기준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당국이 답을 내놔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