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바보냐" 탈세 낙인 억울하다?...과세 논란, 왜 자꾸 생기나

우경희, 박상곤 기자
2026.02.17 08:00

[the300] [기획] 1인 기획사, K컬쳐 '성장 엔진'인가 '탈세 창구'인가 (上)

"연예인이 바보도 아니고"...'1인 기획사' 필연인데 과거에 갇힌 세법

(용인=뉴스1) 장수영 기자 =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내 케이팝 데몬 헌터스 팝업존을 찾은 관람객이 컨텐츠를 즐기고 있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용인=뉴스1) 장수영 기자

#. 1인기획사를 설립해 급여를 받아온 유명 배우 A씨. 국세청은 '개인 전속계약금을 페이퍼컴퍼니 수익으로 가로챈뒤 낮은 세율을 적용받은 편법'이라며 수억원을 추징했다. 조세심판원은 그러나 "아티스트 법인은 실체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인이 A씨 외 매니저 등 실무 인력을 고용해 급여를 줬고, 임대차 계약을 맺어 사무실도 운영했기 때문이다. 국세청 처분은 취소됐다.

#. 유명 가수 B씨가 소속된 1인 기획사는 한 제작사와 공연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국세청은 '가수의 용역이 핵심이고 법인은 단순 통로일 뿐'이라며 공연 수익 전체에 대해 개인 소득세로 과세했다. 법원은 그러나 "계약 책임 주체는 법인"이라고 판단했다. 공연 취소시 발생하는 위약금의 최종 책임자가 법인인 데다, 법인이 홍보와 제작비용을 투자해 리스크를 부담했다는게 판결의 핵심 근거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와 K-컬쳐의 위상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 배우들때문에 글로벌 OTT(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가 연기자 출연료 상한선을 만들 정도다. 상한선을 치받는건 출연료뿐이 아니다. 얼마 전 국세청은 가수 출신 배우 C씨에 대해 총 200억원대 소득세를 추징했다. 국내 연예인 사상 최고액이다.

절세와 탈세 사이에서 줄을 타는 톱스타 스캔들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사례가 너무 많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게 연예인이다. 좋은 이미지로 지속적으로 작품활동을 하면 기대수익은 커진다. 그런데 세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다 대중의 비난에 노출된다. 커리어가 끊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과세당국의 이런 탈세 추징 중 상당수가 조세심판원 등에서 뒤집힌다. 취소 처분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국세청과의 송사만도 부담스러운데 더 척을 지면 연예인에게 좋을 일이 없어서다. 콘텐츠 제작사 D대표는 "국세청 탈세 주장들은 조세심판원에서 대부분 깨진다"며 "C씨에 앞서 이뤄진 미스코리아 출신 여배우 E씨에 대한 추징도 최근 취소 판결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연예인과 국세청 공방의 중심에는 '1인기획사' 시스템이 있다. 처음 등장한 2000년대 초반엔 실제로 문제가 상당했다. 수입 누락과 법인카드·차량 오용으로 인한 과세가 이어졌다. 업계는 이를 보완한 게 지금의 1인기획사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1인기획사가 연예인을 관리하며 법인으로 기능하고, 대형기획사와 추가 계약을 맺어 작품활동을 하는 구조다.

해외에선 이미 일반적이다. 미국의 '론아웃'(Loan-out)이 대표적인데 절세 목적까지 인정받는다. 1인기획사가 과세 추징의 주요 타깃인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에선 1인기획사가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도관회사)냐, 실제 법인으로 역할을 하느냐가 쟁점이다.

업계에선 연예인들이 무리수를 두고 탈세 낙인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한다. D대표는 "연예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세무사와 법률 검토를 마친 후 세금 처리를 한다"며 "갑자기 국세청에서 탈세로 단정짓고 조사를 개시한 후 해당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C씨 추징 정보를 유출한 공무원에 대해선 현재 고발이 이뤄진 상태다.

/이지혜 디자인기자

현재의 1인기획사 모델은 글로벌 엔터산업 진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는게 업계 입장이다. 당국은 이를 관행적 탈세 구조로 보고 과세한다. 구시대적이고 과도한 과세 잣대라는 업계의 해명과 강하게 맞부딪힌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막대한 소득을 얻는 연예인들은 당연히 성실 납세자가 돼야 한다. 반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K-콘텐츠산업에 대한 과세시스템이 2000년대 초반 이른바 '딴따라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 의식도 상당하다.

대한민국 성장 엔진으로 자리잡은 K-콘텐츠의 수준에 맞게 과세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주먹구구식 과세 시스템은 K-콘텐츠와 한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제도화한 가이드라인과 예측 가능한 과세 기준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당국이 답을 내놔야 할 때가 됐다.

개인→대형→1인 기획사...진화하는 매니지먼트, 꾸준한 과세 논란

(홍콩=뉴스1) 권현진 기자 = 에스파가 29일(현지시간) 오후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중음악 시상식 '2025 마마 어워즈'(2025 MAMA AWARDS)에서 에너지 넘치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홍콩=뉴스1) 권현진 기자

'K-콘텐츠'·'K-컬처'가 글로벌 주류 문화·산업으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국내 매니지먼트 구조는 '애자일(Agile, 유연하고 민첩한)' 방식으로 진화하며 변신을 거듭했다. 개인 매니지먼트, 대형 기획사, 1인 기획사 시대를 거치면서 연예인 과세 논란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K-컬처가 '수출산업'으로 성장하면서 매니지먼트의 변화는 단순 구조 개편을 넘어 수익 배분과 과세 체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16일 엔터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른바 '1세대 기획사'가 탄생해 연예기획 산업이 비약적 발전을 시작한 건 1990년대의 일이다. 당시 KBS와 MBC 등 방송사에선 연기자와 개그맨을 선발해 전속제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니저가 여러 명의 연예인을 담당하는 '개인 매니지먼트'가 주를 이뤘다.

그러다 1991년 SBS 출범과 광고시장 확대, 방송사 연예인 선발제도 폐지 등으로 연예인 관리와 신인 발굴 업무를 맡는 연예기획사가 생겨났다. SM·JYP엔터테인먼트·싸이더스 등의 대형기획사들이 대표적이다. 음반시장 성장과 아이돌 시스템 도입이 맞물리면서 제작·유통·매니지먼트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모델이 정착했다. 연예 산업이 기업형 구조로 재편된 것이다.

1세대 기획사의 과세 관련 이슈는 단순한 편이었다. 조직화·체계화된 대형기획사는 일정 비율로 정산한 금액을 사업소득으로 소속 아티스트(연예인)에게 지급하고 아티스트는 종합소득세로 신고·납부하는 구조였다. 거의 국내에서 수익이 발생한 데다 계약 관계가 비교적 명확해 세무상 분쟁도 제한적이었다.

(홍콩=뉴스1) 권현진 기자 = 28일 오후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중음악 시상식 '2025 마마 어워즈'(2025 MAMA AWARDS)를 찾은 K-POP 글로벌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슬로건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1.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홍콩=뉴스1) 권현진 기자

과세 논란이 본격화한 건 이른바 '2세대 기획사'인 1인 기획사 시대가 열리면서다. 대형기획사와 함께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들의 협상력이 높아지자 광고·출연료로 별도의 1인 기획사를 설립해 독자 운영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한류 확산과 함께 CF 단가와 해외 행사 수익이 급증하면서 고소득 스타를 중심으로 독립 경영 모델이 일반화했다.

이 과정에서 △수입누락 △가공경비 △법인차량,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 법인격 오남용 사례도 나왔다. 업계에선 이 시기 일부에서 나타난 탈세 사례가 1인 기획사에 대한 과세당국의 색안경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는 K-컬쳐의 글로벌화 이후 또 한 번 구조적 진화를 이뤘다. 개인 브랜드 가치가 커진 아티스트 혼자 1인 기획사를 운영하기 어려운 데다 해외 프로젝트 및 IP(지식재산권) 사업 등의 확대로 역할 구분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제작과 유통 등은 대형기획사가 맡고, 아티스트 개인 및 IP 관리는 1인 기획사가 맡는 분업형 구조(3세대 기획사)가 나타났다. 해외 투어 계약이나 장기 프로젝트 중단시 발생하는 손해배상 책임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법인을 통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3세대 기획사 시대에 연예인들은 1인 기획사·대형 기획사와 별도의 계약을 체결한다. 법인 명의로 들어온 수입을 임직원 보수 형태로 정산하는 모델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세율 조정 목적이 아니라 계약 주체와 책임 구조를 분리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세무당국이 매니지먼트 시장의 이런 변화를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 기획사를 종합소득세 누진세율 회피를 위한 페이퍼컴퍼니로 치부하고, 법인이 얻은 소득은 모두 아티스트 개인에게 귀속된 것으로 여겨 과세한다는 것이다. 세무당국은 연예 활동의 본질을 '개인의 인적 용역'으로 보는 반면 업계는 '조직화된 브랜드 사업'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극명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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