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석화법' 속속 통과, '상속세·배임죄 폐지' 숙제도

우경희 기자
2026.02.18 08:15

[the300] [기업이 떠받치는 국가경제] ⑧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를 찾은 관람객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2026.02.11.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기업인들이 말하는 경영 활동의 가장 큰 장애는 규제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엔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입법부의 시각에 분명한 변화가 읽힌다. 과거의 낡은 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적 의식도 확실해 보인다. 먹고 사는 문제에 가장 관심이 큰 유권자들의 눈높이도 더 높아졌다. 기업을 옥죄기보다는 독려해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많다.

국회에선 성장동력 업종을 집중 지원하는 각종 특별법이 속속 통과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석화지원특별법(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은 업계 구조조정을 위해 꼭 필요한 지원법이었다. 국가와 지자체가 사업재편과 고도화를 추진하는 기업을 세제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역시 산업계가 간절히 바라던 법이다. AI(인공지능) 시대 개막으로 데이터센터, 로봇 등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는 앞으로 계속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반도체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별 사업별로 분산돼 있던 반도체 지원 정책을 대통령 산하 '반도체특위'가 총괄한다. 각종 제도 지원이 빨라지고 예산 집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여야간 이견 등으로 빠지거나 좀체 속도가 나지 않는 입법 조항과 사례도 있다. 재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조항은 이번 반도체특별법에서 아예 빠졌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은 쟁점이 작지 않다. 여권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기업 경영권 사유화 방지, 소액주주 보호 측면에서 필요성을 강조한다. 기업들은 재무적 유연성 제약과 경영권 방어 수단 약화에 대한 우려를 내놓는다. 입법 과정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배임죄 폐지 등 이미 예고된 기업 지원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바라는 목소리도 높다. 배임죄는 대표적 기업 규제 법안인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과 상법개정과 함께 논의가 시작됐지만 국회와 정부가 서로 떠넘기며 차일피일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속도가 있는 입법으로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배임죄는 모호한 구성 요건과 선진국보다 무거운 처벌 규정으로 그간 정상적인 기업 경영 활동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안태준 한양대 교수(로스쿨)는 최근 세미나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경영 판단까지 범죄로 몰아갈 소지가 있어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속세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기업을 상속하려면 기업을 포기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세제를 손보다는 게 골자다. 상속세법을 합리적으로 바꿔 창업은 물론 기존 기업들의 적극적인 재투자를 유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정치권에 베임죄 폐지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내 달라는 게 기업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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