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음에도 20년간 노후시설 재정비 없이 사실상 방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발생 불과 2개월 전에도 산단 내 노후 건물에 대한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 자료와 산업입지정보시스템 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번 화재가 발생한 안전공업 문평동 공장은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위치한 곳으로 2005년 대덕특구 편입과 함께 국가산업단지로 전환된 지역이다. 국가산단은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토부장관이 지정하는 대규모 산업단지다.
이 곳은 산단 지정 20년이 경과했음에도 입주기업 지원이나 혜택 등이 미흡해 재생사업 지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고 한다. 특히 노후 시설에 대한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대전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대덕산업단지 재정비를 위한 발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산단 내 건물 679동 중 55.6%가 20년을 경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영세업체 비율이 42.2%로 다른 노후산단 평균보다 높아 지원방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대전연구원의 분석이었다.
대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대덕산단 지표 분석 결과 건축물 노후도는 100%로 노후산단 재생사업에 공모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산단 재생기금을 활용한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노후산단 재생사업은 국토부가 20년 이상된 노후산단을 대상으로 비용의 50%를 국비로 지원해 기반시설을 정비·확충하고 업종을 재배치하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재생사업이 도입된 2009년부터 2024년까지 총 49곳을 선정해 지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경고와 대안 제시에도 노후시설 재정비는 이뤄지지 않았다.
재생사업으로 선정되더라도 실질적인 안전 대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사고가 난 안전공업 문평동 공장(1995년 준공)과 준공 시기가 비슷한 안전공업 대화동 공장(1998년 준공)은 지난 2009년 노후산단 재생사업지구로 지정된 대전산단에 위치해 있다.
재생사업의 기본방향은 '인간 중심의 친환경 산업단지 계획'으로 △근무 및 주거 등 정주여건이 양호한 산업단지 조성 △부족한 기반시설 및 지원시설 확충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광역시가 지난해 8월 고시한 '대전산업단지 재생사업지구계획 변경 수립 고시'에 따르면 재생사업은 '도로 폭 확대' 등 물리적 인프라 확충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근로자 편의시설 확충은 물론 화재에 취약한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 등을 난연성 건축자재로 교체하는 등의 안전 확보를 위한 선제적 예방은 미비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노후 산단이 갈수록 늘고 있는 만큼 단순 외형 정비보다는 안전 대책 마련 등 질적 정비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후 산단 내 화재취약 건축물에 대해 화재안전 성능보강 비용을 지원하는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노후 산단은 520개(38%)에 달하는데 2030년에는 절반인 757개(50%), 2035년에는 995개(6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용갑 의원은"이번 참사를 계기로 노후 산단 건축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가연성 외장재 교체 및 편의시설 확충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며 "'노후산단 재생사업'과 '노후거점산업단지 경쟁력강화사업'의 지원 범위를 대폭 확대해 근로자 안전 확보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단 재정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건축물 정기점검 및 기존 건축물 화재안전성능보강 대상에 공장을 추가하는 내용의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을 26일 대표 발의할 계획이다. 박 의원은 "2019년 제정된 건축물관리법은 화재 사고 예방을 위해 기존 건축물의 화재안전성능보강을 지원하고 있으나 화재사고에 취약한 공장은 대상에서 제외돼 화재 안전 점검과 화재안전성능보강을 지원할 근거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건축물 정기점검 및 기존 건축물 화재안전성능보강 대상에 공장을 추가하고 건축물관리점검기관에 한국산업단지공단을 추가해 향후 산업단지 내 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위험을 예방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