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측에 허위자백을 회유하는 듯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의혹을 받는 검사는 "수십 통의 전화 중 극히 일부분을 짜깁기한 것"이라며 전체 녹취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내용 일부를 추가 공개하며 "필요시 계속 공개하겠다"고 맞섰다.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당시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의 통화녹음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녹음에는 '이 전 부지사를 한 번 만나달라', '부인하면 (형량이) 10년에서 시작되는 것 아니냐' 등 발언이 담겼다. 앞서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앞으로 나올 추가 녹취 내용은 검찰 입장에서 '핵폭탄급'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 의원은 "박 부부장검사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접촉을 지속적으로 요청한다. 이는 단순한 일정 조율이 아니라 이미 형성된 조건이나 방향을 피의자에게 전달하고 설득해 달라는 취지로 읽힌다"며 "피의자가 신뢰하는 변호인을 매개로 진술을 유도하려는 모습은 직접 압박을 우회하는 전형적인 간접 설득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박 부부장검사의 형량 언급에 대해서도 전 의원은 "검찰만이 행사할 수 있는 구형을 전제로 한 형량 언급은 선택에 따른 불이익을 제시하는 압박"이라며 "피의자 입장에서는 '부인하면 중형'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또 "박 부부장검사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 '무죄를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반복하는데 이는 계속 부인할 경우 불리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구조"라며 "선택지 제시가 아니라 방조 이야기를 하며 형량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하나의 결론으로 몰아가는 질문방식"이라고 했다.
아울러 전 의원은 "녹취에는 '당에서 나서야 한다' '한명숙도 사면이 안되는데 이화영이 되겠느냐' 등 법률적 쟁점과 무관한 정치적 상황을 끌어들여 피의자의 판단을 흔들고 고립감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며 "법이 아니라 정치로 압박하는 것이 정상적인 수사인가"라고도 반문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어도 사면이 가능하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으로 향후 구제 가능성도 부정한다"며 "이는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피의자의 미래를 차단하며 공포를 조성하는 전형적인 압박구조"라고 했다.
반면 박 부부장검사는 "이 전 부지사 측 주장을 뒷받침할 진술을 요구한 것"이라며 회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박 부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부지사는) 공동정범의 증거가 명백했음에도 서 변호사가 오고부터는 '종범으로 해달라, 특가법이 아닌 일반 뇌물죄에 방조범까지 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자백하지 않고 종범으로 해달라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 또 (종범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이러한 자백과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검찰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 전 부지사를 사건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수사했는데, 서 변호사가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은 후 갑자기 종범을 주장하자 이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을 뿐이라는 게 박 부부장검사의 주장이다. 정범은 범죄를 직접 실행한 사람으로 공동정범인 경우 각자가 해당 죄로 처벌되지만 종범이 되는 경우 방조범에게 해당해 정범보다 형이 감경된다.
전 의원은 이에 대해 "녹취록을 보면 박 부부장검사가 서 변호사에게 '어려운 부탁이지만 이 전 부지사를 만나봐 주면 안 되겠냐'고 거론하는 부분이 있다"며 "본인이 형량 거래를 거절하는 상황이라면 이렇게까지 간곡하게 변호인에게 요청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녹취록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는 박 부부장검사 측 주장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본인이 공개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처음부터 다 공개하는 것은 반대 해명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차차 공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추가 녹취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국 실체적 진실이 나오기 전 모두 공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 녹취는 국정조사 과정 중 하나의 근거로 진실을 밝혀나가는 데 도움 되는 자료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