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개정한 헌법에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두 국가' 관계를 명문화했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4년 천명한 '적대적 두 국가' 개념은 헌법에 담기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은 살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기자단 대상 간담회를 열고 북한 헌법에 대해 이런 분석 결과를 내놨다. 북한의 개헌은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 15기 1차 회의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개정헌법 제2조에 "조선민주주의민민공화국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해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경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담지 않았다. 이 교수는 "분쟁 요인이 될 수 있는 동·서해의 북방한계선(NLL) 등에 관한 내용은 들어가지 않았다"며 "해양 경계선 등에서는 (인접) 국가 간 타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그런 분쟁 요인을 만들고 싶지 않은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토조항 신설과 함께 '두 국가' 조항을 신설했다. 북한의 국가성을 강조하고 '불가침성'을 명문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한국과 '적대적 관계' "교전국' 등의 대립적 문구는 담지 않았다.
이 교수는 "자주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의 표현도 사라지면서 북한이 '두 개 국가론'을 양보하지 않았다"면서도 "적대적, 교전국 관계 등은 등장하지 않아 남북평화공존으로 가는 하나의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겠다는 희망적 판단을 해볼 수 있는 헌법안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번 개헌으로 정상국가화를 도모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사회주의 헌법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수정했다. 헌법 서문에 수록된 '김일성·김정일 헌법'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선대의 업적 관련 조항들도 대거 삭제했다.
이 교수는 "'사회주의 자립적 민주 경제 노선' 표현을 '자립적 민주 경제 노선'으로 수정하는 등 정상국가의 일반적 헌법 형태로 변화를 꾀한 것 같다"며 "'무상치료', '세금없는 나라' 등의 표현도 다 삭제했다"라고 했다.
이외에도 북한은 △혁명적 △자주적 사회주의 △제국주의 침략자 등등 과격한 표현을 삭제하거나 순화했다. 정상국가 헌법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의 권한도 대폭 강화했다. 헌법상 국가기관 배열 순서에서 최고인민회의에 앞서 국무위원장을 배치했다. 국무위원장의 '중요간부 임명' 권한에는 최고인민회의 의장·내각총리 등도 명시됐다.
특히 국무위원장에 대한 견제 기능을 폐지했다. 과거 주석제 시절에도 존재했던 국가수반의 책임규정도 사라졌다. 최고인민회의의 '국무위원장 소환권'을 없앴고,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권한도 국무위원장에게만 부여했다.
국무위원장의 핵사용 권한도 최초로 명시했다. 모든 무력에 대한 통솔권을 명문화한 것이다. 이 교수는 "북한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를 갖기 위해 전체적으로 헌법을 디자인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에 따라 본인들의 국격에 맞는 최고 문서는 어떤 형식이어야 할지 고민이 담긴 것으로 이해가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