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문신사법 하위법령을 만들기 위해 나섰지만, 문신사·의사·복지부가 모여 대화할 공식 기구인 '문신사법 시행 준비 자문단' 출범이 불발됐다. 우여곡절 끝에 문신사 자문위원 자리가 1개 더 생겼지만,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문신 관련 단체장들 간 물고 물리는 싸움이 이어지자, 복지부가 노선을 급변경한 것이다.
6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부 건강정책국 생활보건팀은 지난 4일 문신 관련 단체장 20명에게 '문신단체 간담회(1차) 개최 안내'란 제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이 이메일에 따르면 복지부는 "문신사법 하위법령 등 제도 시행 준비 관련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오는 12일 화상회의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회의 참석 대상은 본 메일 수신인으로만 한정하지 않으며, 참석을 원하는 문신업계 단체가 있을 경우 붙임의 회신 양식을 작성해 메일로 제출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문신사를 대표할 참석 인원의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문신 단체장들의 의견을 복지부가 들어보겠단 건데, 사실상 문신사·의사·복지부가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려던 '문신사법 시행 준비 자문단' 출범이 무산된 셈이다.
복지부 건강정책국 정도희 생활보건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문단에서 한정된 자리(문신사 2~3명)로 진행하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해 기존의 자문단은 폐기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이라며 "누가 선발됐다고 하면 어떻게든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고, 누구는 배제하고 이렇게 하기보다는 문신 관련 여러 단체 의견을 모두 다 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일 본지 단독 보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 자문단을 현직 문신사 2명, 의사 2명, 감염관리 전문 간호대 교수 1명,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소속 1명,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소속 1명,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1명과 복지부 1명 등 9명 체제로 꾸릴 계획이었다. 그중 문신사 대표로는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 회장과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이 선정됐는데, 선정되지 못한 단체장들이 항의성 기자회견을 열면서 자문단 출범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미용문신연합회'(회장 신유정)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단체를 중심으로 자문단이 꾸려져, 이들이 문신업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복지부가 해당 연합회 소속 27개 단체 중 문신사를 대표할 자문위원을 1명 더 선발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본지는 해당 연합회 소속 27개 단체 가운데 사업자등록증조차 없거나 단체가 만들어진 지 한 달 남짓 된 '급조' 단체도 있었고, 사단법인이 아닌데도 사단법인을 사칭해 홍보하는 등 이른바 '유령 단체'가 대거 포함돼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단체장 상당수가 문신 시술을 해본 적 없는 비실무자라는 점도 취재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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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해당 연합회 신유정 회장 측이 복지부에 '신유정 회장을 대표로 뽑았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정작 연합회 내부에서 '인정할 수 없다', '공정하지 않게 선출했다'며 일부 단체장들의 반발이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팀장은 "해당 메일은 받았지만, 어차피 기존 자문단은 폐기됐다"며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른 것처럼) 급조했거나 유령단체도 많다는데 일단 단체장들의 의견을 모두 듣되, 판단은 복지부가 할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12일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활용한 첫 간담회를 예고했는데, 메일받지 못한 크고 작은 단체들의 신청이 잇따르면서 참석 희망자가 무려 100명에 가까울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공짜 티켓을 얻고 회의에 참석하는 '문신사 게릴라전'이 예고된다.
자문단 출범이 무산된 데 대해 자문위원으로 선발됐던 단체장 2명은 어떤 입장일까.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 회장은 "문신업과 무관한 인사들까지 정치권 인맥을 동원해 자문위원 자리를 차지하려다 벌어진 갈등이 언론에까지 노출된 현실은 이 제도의 출발을 심각하고 훼손하고 있다"며 "대표성 없는 일부가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왜곡되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규탄했다.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신 관련 단체장 상당수가 문신 시술 실무 경험이 없거나 비윤리적인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은 정부와의 대화에 나설 문신사 대표 자격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문신사법 시행까지 일정이 빠듯하므로 멸균 등 시설 기준을 정립하려면 누가 들어오든 일단 회의부터 빨리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회의에 참석할 '티켓'을 얻은 기타 단체 사이에선 환호하는 분위기다. 타투·미용문신 등 여러 단체대화방에선 "회장님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본 것", "기존에 선정된 2명을 우리가 드디어 이긴 것"이라는 내용의 자축 멘트까지 도배됐다는 후문이다.
의료계는 비판적 입장이다. 이재만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문신사법 하위법령은 국민의 안전한 문신시술 환경을 만들어 불법의료 행위를 근절하고, 문신사의 권익을 보호할 제도여야 한다"며 "이런 하위법령을 논의할 테이블에서 의사·국시원·주무부처 등과 문신사 단체가 따로 회의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여러 이익단체의 조율을 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어려운 과정이 되겠지만 문신사를 대표할 하나의 대표 창구가 (문신사 중에서) 선정돼야 한다"며 "하위법령을 합리적이면서 지속적으로 논의할 민관협의체를 하루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