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국의 사단장·여단장급 지휘관을 소집한 자리에서 '남부 국경'에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들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적대적 두 국가' 정책에 따른 군 조직구조 개편과 물리적 장벽 구축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전날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전군의 사·여단 지휘관을 소집하고 '남부 국경선을 담당하는 제1선부대'의 전력을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사단 및 여단 지휘관의 회합은 처음이다.
신문은 "남부 국경선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 데 대한 우리 당의 영토방위 정책에 대하여 김 위원장이 언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군사조직 구조개편과 제1선부대를 비롯한 중요 부대에 대한 군사기술 강화 구상도 피력했다.
북한은 최근 헌법 개정을 통해 한국과의 국경선을 지칭하는 남부 국경 등이 포함된 영토 조항을 신설했다. 이번 계기를 통해 헌법에 명시된 국경에의 군사력 증강 등을 예고하며, 향후 물리적 군사 대응 시스템 구축도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김 위원장의 앞선 군사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중요 군수공업기업소를 방문해 서울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신형 155㎜ 자행평곡사포 무기체계를 올해 중 남부 국경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 공개된 신형 곡사포는 우리 군의 K9 자주포와 흡사한 모양새를 띄면서 '북한판 K9'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번 일정은 군의 현대화와 사상 무장 등을 주문하는 동시에 군을 격려하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남부국경선의 최전선 부대 강화 발언에 대해서는 "북한이 두 국가 입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런 차원에서의 동향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일관되게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을 견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휘관 소집은 국방력 강화와 함께 체제결속, 군 충성심 유도 등의 목적이 담긴 행보로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남부국경선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라는 지시를 통해 대남 절연과 물리적 장벽 구축을 현장 지휘관들에 강력히 압박하고 기강을 확립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안에 신형 155mm 곡사포를 남부 국경에 배치하겠다고 공언하고 올해 초 최전방을 담당하는 핵심 2·4·5군단장을 실무형 지휘관으로 대거 교체한 점과 연계된 행보"라며 "주적의식을 강조하고 외교 정보의 유입을 차단하면서 군 내부의 기강 해이를 막기 위한 사상 단속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이 군 지휘관들을 소집하고 군 기강을 확립하던 시간, 공교롭게도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남 일정도 이뤄졌다. 이번 일정은 민간의 클럽팀이 국제대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인 만큼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선수단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시민들의 환영 인사와 취재진의 질문을 철저히 외면한 채 무표정으로 일관했으며, 방남 과정에서 필요하지 않은 북한의 여권을 손에 쥐고 있기도 했다. 이는 한국이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적대국이라는 국가 차원의 지침 전달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선수단은 아주 철저하게 교육받고 내려왔을 것"이라며 "선수단의 방남 과정에서 사상이 이완되지 않도록 (군 지휘관 소집을 통해) 기강을 확립하고, 대내외적으로 한국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명백한 명령이 내려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