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입국부터 호칭 불만까지…7박8일 간 '두 국가' 확인한 北 축구단

정한결 기자
2026.05.25 10:32

[the300]

(인천공항=뉴스1) 안은나 기자 =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 김혜영이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내고향축구단은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도쿄 베르디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2026.5.24/뉴스1 /사진=(인천공항=뉴스1) 안은나 기자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남일정이 7박8일 만에 끝났다. 정부가 3억여원을 지원해 공동응원단까지 결성됐지만 결국 북한의 '적대적 두국가' 기조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이번 방남이 국제 규범 내 남북 접촉의 새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25일 통일당국에 따르면 내고향여자축구단은 7박 8일간 시종일관 냉랭한 태도를 유지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당시 공동응원단의 환영인사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서둘러 공항을 떠났다.

이와 관련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천명한 '적대적 두 국가' 기조와 이번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의 '냉랭한 태도'는 기본적으로 일치한다"고 밝혔다.

리유일 내고향여자축구단 감독은 준결승전 기자회견서 응원단에 대해 "감독과 선수들이 상관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준결승전 승리 이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방남 소식을 처음으로 전했으나, 응원단을 언급하거나 크게 의의를 부여하지 않았다.

급기야 결승전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선 리 감독이 북한을 '북측'이라고 표현했다며 불만을 표하고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종료하기도 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적대적 두국가론을 천명한 이후 호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불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측 선수단은 전날 출국장에서도 응원단에 배웅 인사에 묵묵부답으로 떠났다. 노동신문은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도 준결승전과 마찬가지로 응원단의 존재나, 남북 관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특히, 내고향축구단은 입국과 출국 시 모두 여권을 제시했는데, 이는 북한이 정상국가이며, 남북 관계도 국가 대 국가 관계임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북측의 방남은 정부가 발급한 방문증명서를 통해 이뤄졌다.

북한은 지난 3월 개정한 헌법에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영토조항을 신설해 '두 국가' 관계를 명문화했다. 기존 헌법의 '혁명적,' '자주적 사회주의,' '제국주의 침략자' 등 과격한 표현을 삭제하면서 정상국가의 헌법임을 도모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이번 방남이 북한의 대남정책 기조를 완화할 수 있는 시작점이라고 본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활동할수록 한국과의 접촉은 불가피한데, 선수단의 방남으로도 단절 선언이 가진 구조적인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임을출 교수는 "이번 방남은 국제 규범의 틀 내에서 남북 간 경쟁과 협력의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라며 "북측 선수단이 아무리 냉랭한 태도를 보여도 그들은 정한 규칙에 따라 남한 팀과 경기하는 등 국제 규범에 복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처럼 막무가내로 경기를 거부하거나 전면 보이콧하기보다는 국제기구의 룰을 따르며 참가하는 경로 의존성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정부 역시 북측의 냉랭한 태도에도 협력과 교류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이번 대회가 바늘구멍만큼일지라도 남북 간 작은 신뢰의 가능성을 엿보는 좋은 선례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8년 12월 이후 7년 5개월 만의 내고향팀 방문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서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웃으며 악수하고, 넘어진 상대편을 일으켜 세워주는 '보통의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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