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독립적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선거·법률·행정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독립성은 보장하되 인사·예산·계약·장비·투표관리 등 운영 영역에 대한 외부 감시와 검증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민참정권 수호를 위한 선거제도 TF'를 출범하고 투표용지 인쇄·배분·보관 절차 개선, 선관위원장 상근 체제 전환, 선관위법 개정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TF는 공직선거법과 선관위법은 물론 헌법까지 포함해 제도 개선 방안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특히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선관위도 자체 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개혁 논의는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과제로는 감사 체계, 지휘 구조, 인력 운영, 투표관리 방식 개선 등이 꼽힌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선관위 개혁의 출발점으로 독립성과 감시의 경계 설정을 꼽는다. 후보자 등록, 선거법 위반 판단, 개표와 당선인 결정 등에선 독립성을 보장하되 투표용지 인쇄·배분, 장비·전산 관리, 인사·계약, 사고 대응 등 선거 운영 업무는 외부 검증 대상으로 열어놔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감시 체계 개편도 주요 축이다. 인사·예산·계약·장비·전산 등 운영 영역에 대한 감사와 보고를 강화하고 국회 보고 의무화와 선거 후 운영보고서 공개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외부감사를 진행하더라도 선거 결과나 선거법 판단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확대돼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대법관이 비상근직으로 중앙선관위원장을 겸임하는 현재의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 필요성도 크다. 법관 중심·비상근 위원장 구조는 정치적 중립성의 상징이었지만 전산·보안·물류·위기대응 업무가 커진 만큼 상근 리더십과 운영 전문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철 인력 운영의 경우 휴직 제한보다 조직 관리 체계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국선거 핵심기간에 투표용지·전산·장비·물류·개표 등 핵심 보직 책임자와 대체책임자를 사전에 지정하는 '필수보직 책임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기존 전문직위·전문관 제도도 선거 핵심업무 중심으로 확대·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투표관리 방식과 관련해서는 본투표에도 사전투표와 같은 현장 인쇄 방식을 검토하되 장비 장애와 조작 의혹을 막기 위한 인쇄 기록 보관, 정당 참관, 수량 대조 절차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선관위 개혁은 독립성과 책임성의 균형이 핵심"이라며 "선거관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도 운영 영역을 감시·감독·검증에 열어둘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느냐가 향후 국회 논의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