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핵심 역할을 수행한 국군방첩사령부가 설립 4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신설되는 국방방첩본부·국방보안지원단이 방첩사의 기존 업무를 일부 대체하고, 논란의 중심에 선 동향조사·인사첩보·세평수집 등의 기능은 폐지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0일 오후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방첩사령부를 해체하고, 방첩·보안·안보수사 기능을 분산하겠다"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동향조사·인사첩보·세평수집을 정보기관의 고유 업무가 아닌 권력기관화 수단으로 보고 불법·비리 정보수집 등 권력형 임무·기능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국방방첩본부를 신설해 방첩·방산 관련 정보활동과 방산·사이버보안 등의 업무를 맡긴다. 국방보안지원단도 신설해 군단급 이상의 중앙보안감사 및 보안사고 조사 등 군내 보안업무를 수행한다. 안보수사 기능과 계엄시 합동수사권은 국방부조사본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국방방첩본부가 방첩사령부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내부 감찰기능도 강화한다. 안 장관은 "국회와 국방부 등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 군 방첩기관의 권력기관화를 예방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방첩정보 활동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신설되는 방첩본부 감찰실장 직위에는 외부 고위감사 공무원을 임명한다. 국방부 본부에 전담 조직을 신설해 방첩·정보·보안 기관들에 대한 지휘·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준법감찰위원회'를 장관 직속으로 설치해 외부 감시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다.
방첩정보활동 기본지침을 수립해 국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국회 상임위원회 요청시 주요 업무도 보고한다. 방첩활동의 범위 및 불법 활동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시한 '(가칭)군 방첩부대원의 직무수행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인적 구성 및 인사시스템도 대거 바꾼다. 12·3 계엄 관여자 및 각종 비위자는 원천적으로 배제할 방침이다. 안 장관은 "과감한 인적쇄신을 위해 방첩사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탈피해 나가겠다"라며 "엄격한 검증을 통해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역량을 갖춘 인원으로 선발하겠다"고 했다.
방첩 전문직위 외 사이버보안·방산 직위 등의 분야는 군내 전문인력을 선발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로 했다. 그간 방첩사가 별도로 운영하던 인사시스템을 전군 공통시스템에 편입해 통합관리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9월 30일 안 장관의 지시로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를 설립했다. 위원회 내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는 약 3개월 간의 활동 끝에 방첩사 해체 및 수사·정보·보안 기능의 분산을 권고했다. 국방부는 이를 토대로 약 5개월 간 검토를 거쳐 이날 발표한 방첩사 해체 및 기능 개편안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방첩사 해체 추진 배경에 대해 "5·16 군사정변, 12·12 쿠데타, 5·17 계엄확대 및 5·18 광주 학살 등 현대사의 어두운 순간마다 우리 군의 방첩조직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권력의 도구로 전락했다"라며 "12·3 내란은 과거의 악습이 완전히 청산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이상 구성원의 도덕성이나 일시적인 인적 쇄신에만 기대서는 안된다"라며 "부당한 권력이 등장하더라도 방첩 기관을 정치적 도구화할 여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안 장관은 "오늘 발표한 방첩사령부 해체 및 기능 개편은 군이 오로지 헌법과 국민만을 바라보며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겠다는 엄숙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는 뼈아픈 역사적 교훈을 성찰하고 새 시대에 맞는 방첩조직과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