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의 성패는 군사력뿐 아니라 전방 무기 체계를 생산·보급할 수 있는 국가 경제력과 산업 기반에서 갈린다. 국가의 총역량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현대전은 '총력전'으로 불린다. 방위력의 근간인 국방 재정과 방위산업 역량에서 남북한의 격차는 이미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벌어져 있다.
남북의 군사적 체급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국방 예산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북한의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24년 기준 약 43조7000억원 수준이다. 같은 해 한국의 명목 GDP는 2556조9000억원, 국방 예산은 59조4000억원이었다. 올해는 65조8642억원에 이른다. 한국의 방위비 지출액만으로도 북한 전체 국가경제 규모(GDP·국내총생산)보다 많다는 얘기다.
1970년대 남한의 경제 규모가 북한을 추월한 이후 남북 국방 예산도 격차가 커졌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8년 북한의 국방 지출은 16억440만달러(약 2조4563억원)으로, 한국(430억7000만달러)이 약 26배로 훨씬 크다.
SIPRI는 "북한의 경우 R&D(연구·개발) 비용이나 이중용도 기술, 군복지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북한의 전체 R&D 지출을 국방 지출에 포함하더라도 격차는 메울 수 없는 수준이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북한의 R&D 지출은 2017년 기준 GDP의 3.5%인 1조2000억원대다.
한국의 국방 역량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SIPRI의 지난 4월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국방비 지출 규모는 전세계 13위다.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는 한국의 구매력(PPP)을 14위, 국방 예산 규모는 15위, 외환·금 보유 규모는 10위로 평가한다.
막대한 경제력은 국가 방위력의 자생적 근간인 방산 생태계 고도화로 이어지고 있다. SIPRI에 따르면 세계 100대 방산업체 명단에 한화그룹(21위), LIG넥스원(60위), 한국항공우주산업(KAI·70위), 현대로템(80위) 등 4곳의 한국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지난해 무기 수출시장 점유율은 6%로, 미국(42%)·프랑스(10%)·이스라엘(7.8%)에 이은 세계 4위다. 방산 수출 수익이 다시 무기체계 연구개발에 쓰이면서 수익과 기술 고도화의 선순환 구조다.
글로벌 방산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캐나다를 방문해 60조원 규모의 차기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 정부 차원의 총력 지원 의지를 전달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는 350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방산 협력 프레임워크를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