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북한 비핵화' 성명이 발표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중동전쟁 종전 협상 타결 이후 미국의 다음 목표가 북한이라는 전망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부장은 전날 오후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주권적 선택을 논할 자격도, 거스를 권리도 없다"며 "나는 우리 국가헌법에 대한 직접적침해로 되는 G7의 월권행위에 강한 불만과 유감을 표시하며 이를 가장 명백한 어조로 단호히 규탄배격한다"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핵무기 그 자체가 배태하고 있는 파괴력으로 하여 부정의의 손에 쥐여지면 그것이 인류를 해하는 폭제의 수단으로 전락되지만 정의의 손에 쥐여지면 부정의를 견제하는 더없는 억제력으로 되게 되여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핵 보유 정당성을 공격용이 아닌 억제력이라는 논리로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 과정에선 북한의 비핵화 이슈가 여러 차례 부각됐다. G7 정상회의 공동성명 외에도 지난 10일(현지시간) 한-EU(유럽연합)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도 △러시아-북한의 불법적인 군사협력 규탄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 등이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별도의 설명도 없이 지난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김 위원장과 나란히 걷는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게시하기도 했다. 중동전쟁 종전 서명을 앞둔 시점에 게재한 사진으로 '이란' 다음은 '북한'과의 담판을 진행하겠다는 복안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은 김 부장의 담화에 앞서 외무성 당국자 명의의 입장문을 지난 13일과 14일 연이틀 세 차례 발표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여러 계기에 언급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한미일 3국이 북한을 매개로 안보 공조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전략적 관계' 강화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한 자신감도 깔려있던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외무성 당국자 명의의 담화문에 이어 김 부장의 담화까지 등장한 것은 '북한 비핵화'가 대외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을 더 강하게 드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아울러 중동전쟁 이후 미국이 북한을 다음 공략 대상으로 삼을 것이란 관측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한 것으로도 보인다.
김 부장의 담화로 격을 올림으로써 중동전쟁 종식 후 북핵 문제로 이슈가 전환되는 것을 차단하고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프레임을 중국·러시아를 필두로 한 핵용인 혹은 핵 군축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향후 미국과 대화가 시작될 경우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으로서의 직거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며 "핵 보유 인정이 최대 관건인 상황에서 서방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도 핵·미사일 고도화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그에 대한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담화"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뤄진 정례브리핑을 통해 "김여정 부장의 담화는 기존 비핵화 불가 입장을 다시 한번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해 현실에 입각해서 서로 수용할 수 있는 단계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도출해 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17일 이뤄진 한중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계기로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고 있다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 이는 한반도 평화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비핵화 입장을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