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건강 악화로 입원하면서 당내에서 분출한 지도부 사퇴론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개혁파와 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장 대표가 당장 거취를 밝히기보다 치료 이후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퇴 요구의 강도는 높아졌지만 장 대표가 실제로 언제 물러나는지가 차기 당권 구도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가를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재준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장 대표를 향해 "본인이 지금 어떤 식으로 앞으로 지도부를 운영할 건지, 언제까지 할 건지에 대한 부분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역할이 실질적으로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지도부가 총선을 준비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은 이번 의원총회를 통해서 확실히 입지를 상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많은 의원들의 총의라고 하는 것이 장동혁 대표가 거취 결단을 해야 된다는 것 아니었느냐"며 신동욱·김재원 최고위원 등의 거취가 장동혁 체제 존속 여부와 맞물려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즉각 사퇴론이 곧바로 관철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장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전당대회를 당장 열 수 없고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연쇄 사퇴 등 지도부 붕괴 요건이 갖춰지지 않는 한 장 대표가 시간을 벌 수 있는 구조다.
주목할 포인트는 '내년 2월'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당 대표가 임기를 6개월 이상 남기고 궐위되면 60일 이내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 다만 이때 선출된 대표는 전임 대표의 잔여임기만 채운다. 장 대표가 내년 2월 이전에 사퇴하면 새 대표를 뽑더라도 임기는 내년 8월까지에 그친다. 당권을 잡더라도 2028년 4월 총선 공천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없는 '시한부 대표'가 되는 셈이다.
반대로 장 대표가 내년 2월 이후 물러나면 계산이 달라진다. 잔여임기가 6개월 이내로 줄어든 상황에서는 원내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임기를 마무리한 뒤 정식 전당대회를 열 수 있다. 이 경우 새 대표는 온전한 2년 임기를 보장받고,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장동혁 내년 2월 사퇴론'이 나오는 이유다.
장 대표 입장에서도 지금 사퇴는 유리한 선택지가 아니다. 6·3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떠안은 채 퇴장하는 모양새가 되는 데다 다시 전당대회에 나서더라도 잔여임기 대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선거소청과 선관위 개혁을 명분으로 대표직을 유지하면 패배 책임론을 희석시키고 강성 당원 지지를 기반으로 재신임 구도를 만들 여지도 있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자진 사퇴보다 '밀려나는 모습'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의원총회에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스스로 물러나면 패배 책임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지만 당내 압박에 의해 축출되는 구도는 오히려 강성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친한계와 개혁파도 즉각 사퇴만 고집하기보다 '가을 비대위, 내년 초 전당대회' 구상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선관위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시점에 장 대표 체제를 종료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운 뒤 내년 2월 전후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당장 대표를 새로 뽑아도 잔여임기만 채우는 구조라면 오히려 지도부 교체만 반복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장 대표는 연초 단식, 선거 운동과 투표용지 부족 사태 대응 등에 따른 과로로 전날 병원에 입원했다. 이날 낮 정밀검사 결과를 받을 예정이다. 복귀 시점은 다음주 초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