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국 경제를 '역대급 호황'으로 진단하며 부동산 과세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창출된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집중되지 않고 청년·취약계층 지원과 미래 산업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20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명목 10% 후반 경제의 환희, 낯섦,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글에서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한국 경제가 강한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한국 경제의 명목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AI(인공지능) 투자 폭발이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폭증했다"고 했다. 이어 "주가, 영업이익, 세수, 경상수지. 숫자들이 일제히 좋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풍부한 유동성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 수출 급증에 따른 증시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리밸런싱을 자극하면서 과거의 상식과는 반대로 원화 약세를 가져오는 역설적인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며 "수입물가와 국내 물가 압력을 높이고, 내수기업들의 채산성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나라 전체의 평균은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평균이 모든 사람의 현실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며 "평균은 좋아지는데 중간은 흔들리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특히 김 실장은 "상반기 실적이 확정되고 성과급 규모가 가시화되면 사람들 마음속에 조금씩 확신이 자리 잡기 시작할 것"이라며 "명품 소비가 살아나고 선호 지역의 부동산 매수 심리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진짜 고비는 연말과 내년 초"라며 "유동성이 결국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집단적인 학습을 해왔다.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향을 반복해왔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부동산 과세 정상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금리도 마찬가지다. 중동 정세가 안정되고 원화가 정상 수준을 되찾는다면 수입물가 압력은 다소 진정될 수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높은 명목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지금의 금리 수준이 영원히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금리가 오를 경우 "호황을 체감하지 못한 자영업자와 취약차주,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먼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며 "역사적으로 가장 어려운 순간은 불황의 시기가 아니라, 평균은 좋아지는데 중간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로 재정 여력과 기업 이익을 청년과 취약계층, 미래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이번 호황은 한국 경제가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저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20여 년 만에 찾아온 이 기록적인 번영 앞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마주하지 않았던 종류의 선택을 다시 요구받고 있다"며 "역대급 호황은 그에 걸맞은 상상력을 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