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부진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부실선거 논란과 여권 내 계파 갈등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서울시장 선거의 주요 이슈였던 부동산 정책도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정치권에선 830만 서울 유권자의 선택에 대한 복기도 한창이다.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지지세가 확연했다. 부동산 표심이 결과에 영향을 줬다는 뜻이다. 부동산 포모(FOMO·기회 상실 공포)에 빠진 젊은 층의 반감이 여권의 패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부동산 민심의 일단이 드러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7월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보유세 인상을 시사했다. 한국의 보유세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데다 코스피 급등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역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그러나 이전 진보 정권의 부동산 실패를 되풀이하는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시장에선 국민들을 안심시킬 주택공급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 대통령이 큰 관심을 보였던 HDB(주택개발청) 공공주택제도를 시행 중인 싱가포르에서도 과거 코로나19 유행기, 주택 공급이 위축되자 집값 상승 조짐이 일었다. 당시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들에게 충분한 '공급'이 수반될 것이란 믿음을 준 뒤 실제 정책으로 이행했다. 고령층의 실버타운 입주를 지원해 이들이 보유한 입지 좋은 주택의 매물 출회를 유도했다.
물론 도시국가인 싱가포르 상황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토지 대부분을 국가가 소유하고 있고 기존에 잘 설계된 CPF(중앙정립기금) 펀드가 국민들의 자금 조달을 돕는다. 반면, 한국 부동산시장의 난이도는 싱가포르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 정부의 대국민 설득 노력과 태도는 눈여겨 볼 만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관련 세제뿐만 아니라 금융, 공급정책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최근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국민들께서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바라고 계신지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고도 했다. 이재명 정부는 '9천피 돌파' 등 자본시장에서 유례없는 전대미문의 성과를 이미 냈다. 부동산 시장은 자본시장보다 훨씬 복잡다단하다. 공급 시차와 자산 심리, 복잡한 이해관계 등 난제가 얽혀 있다. 조급해 해선 안 된다. 짜임새 있게 정책을 설계하되, 유연하게 접근해야 차근차근 실타래를 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