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문제로 22대 국회 후반기가 시작부터 '반쪽 국회'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압박하며 상임위를 단독 가동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원 구성 재협상 없이는 의사일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길어지면서 민생입법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이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9일 국회에서 여야 원내지도부와 비공개 회동을 하고 "오는 17일 제헌절 전까지 22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을 완료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합의해달라"고 촉구했다.
조 의장 측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조 의장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안타깝다. 양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해 빠르게 협의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의장은 또 "약 60건 정도 전반기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이 있다. 민생 법안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법안 처리를 위한 일정도 빠르게 협의해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전날 조 의장을 찾아 본회의를 열어 계류 민생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여야 원 구성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날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일단 민주당은 본회의에 부의된 59건의 법안 가운데 상당수가 여야 간 큰 쟁점 없이 상임위와 법사위 심사를 거친 민생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장애인 학대 신고 의무 강화를 담은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중소기업 공동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공중화장실 불법 촬영 탐지 시스템 활용 등을 담은 공중화장실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후반기 국회는 원 구성 단계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고,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은 아직 처리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간 상황에서 나머지 상임위원장만 받을 수 없다며 상임위원 전원 사임계를 제출하고 의사일정에 불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요구가 단순한 자리싸움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법사위원장직을 요구하는 것은 권력을 나누어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국민을 위해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토론의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대치는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 제도 개편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보이콧과 필리버스터가 입법 지연 수단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요건 완화와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 단축 등을 담은 국회법 개정을 추진할 태세다.
현행 패스트트랙 제도는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부의 60일 등 최장 330일의 심사 기간을 두고 있다. 민주당은 이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입법 처리가 지연된다고 보는 반면, 국민의힘은 다수당이 상임위 단독 운영에 이어 야당의 의사진행 견제 수단까지 약화시키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에서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논의도 쟁점이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후속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야당 간사도 선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보이콧에도 상임위 운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3대 메가프로젝트, 부동산 대책 등 산적한 과제에 대해 각 상임위에서 면밀히 논의하고 책임 있게 대응할 예정"이라며 "위원장이 없는 상임위에서도 주요 현안 간담회 개최를 검토하는 등 전 상임위를 가동해 민생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