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여야 합의가 또 불발됐다. 더불어민주당의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국민의힘이 국회 보이콧을 이어가면서 일부 야당 위원장 몫 상임위원회는 첫 회의도 열지 못하고 멈춰선 상태다.
여야가 줄다리기하는 동안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세제 개편, 주택 공급 등 논의가 산적한 재정경제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에는 각각 1000건 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본회의 표결만 앞둔 민생법안도 60건에 달한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물가와 환율이 민생을 옥죄어가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민생을 뒷전으로 미루고 정쟁만 일삼고 있다"며 "끝내 국회 정상화를 외면한다면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중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즉시 원 구성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전날 조정식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 원 구성을 위한 2+2 회동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동 후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라고 했고, 한 직무대행은 "또 다른 결단을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독주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우선 위원장을 선출한 상임위 위주로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해 재경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가져오면서 입법 드라이브를 예고했지만 야당 간사가 없는 '반쪽' 상태에서 사실상 법안 논의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재경위에는 '주가 누르기 방지법'으로 불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업무보고에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조속한 입법을 주문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보유세, 양도세 강화 등 세제 개편안 마련도 시급하다.
조승래 재경위원장은 지난 7일 열린 재경위 첫 전체회의에서 "시급한 논의가 필요한 민생법안 등 총 1129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라며 "소위원회 구성 등 법안 심사를 위해 간사 간 협의가 매우 시급하다"고 국민의힘 협조를 당부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함께 추진되는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은 정무위에 멈춰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하고 불법 전매, 부정 청약 등 부동산 관련 법률 위반 행위를 전담해 단속하는 내용이 골자다. 최근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한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부정 청약 사례 4건이 적발되는 등 시장 교란 행위가 반복되고 있지만 법안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에 홈플러스, 쿠팡 사태 등 민생과 직결된 현안도 여야 대치에 묶여 있다. 정무위는 오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홈플러스 청문회 일정을 여당 주도로 의결할 예정이다.
위원장이 야당 몫인 상임위는 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이 산적한 국토위는 지난 6월 이후 전체회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뒷받침할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국정과제 법안은 물론 6·3 지방선거 당시 민생공약으로 내놨던 아파트 관리비 비리 근절(공동주택관리법), 불법하도급 근절(건설산업기본법), 정비사업 조합원 피해 예방(주택법) 등 민생법안이 쌓여 있다. 국토위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토위 계류 법안은 1096건이다.
여야 합의 끝에 본회의 표결만 앞둔 법안도 59건이다. 이 중 상당수가 특별한 쟁점 없이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친 민생법안이다. 장애인 학대 신고 의무 강화를 골자로 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중소기업 협동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공중화장실법 개정안 등이다. 민주당 목표 날짜인 16일까지 국민의힘이 원 구성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단독 개최 가능성 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