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부임하는 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30일 한국에 입국해 "우리(한미)의 철통같은 동맹이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한 핵심축(linchpin)으로 남아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틸 대사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과 대한민국은 140년을 넘게 함께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동맹은 전쟁 속에서 맺어졌고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운 이들의 피로 지켜졌다"며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이라는 사실을 거듭 입증해왔다"고 강조했다.
스틸 대사는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한미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경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우리는 함께 이 동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스틸 대사의 이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마련된 조인트 팩트시트(JFS·공동설명자료)의 이행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간에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이행과 양국 경제 협력 문제가 지속 논의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 농축우라늄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조선업 협력 등 안보 분야에서의 JFS 이행 등의 현안도 산적해 있다.
특히 양국 협력 문제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불거진 미국 의회·행정부의 한국 정부 미국 기업 차별 의혹 제기도 난제로 지목된다.
지난해 1월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 이임 이후 1년 8개월 만의 주한미국대사 부임인 만큼 한미 간 핵심 소통 창구가 다시 열렸다는 기대감과 함께 미국 정부가 미국대사를 통해 쿠팡 문제 등으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스틸 대사는 이날 2분가량 짧은 성명문만 발표했다. 한미 현안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임기 중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과제는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이에 "오늘은 질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곧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틸 대사는 성 김 전 대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한국계 대사다. 스틸 대사는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후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선출 위원,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행정책임자)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021년부터 4년간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스틸 대사는 성명에 앞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한국 국민 여러분께 정중히 인사드립니다"라며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 이 자리에 다시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성명 마지막에도 "다시 이 땅에 서게 돼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스틸 대사의 입국 현장에는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국주차장에서 스틸 대사의 입국 거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스틸 대사가 공항을 떠난 후에도 '극우선동 미셸스틸 나가라!' '쿠팡비호 미셸스틸 나가라!' '내정간섭 미셸스틸 나가라!' '평화파괴 미셸스틸 나가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스틸 대사의 부임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