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특검 끌어낸 국민의힘, 대선·총선까지 정조준…노림수는

민동훈 기자, 정경훈 기자, 박상곤 기자
2026.08.03 16:17

[the300]주진우 '쌍둥이 투표구' 등 총선·대선 관련 문건 잇따라 공개…선거 불복 프레임 부담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2대 총선 쌍둥이 투표율 조작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8.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국민의힘이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선거관리위원회 특검법 처리를 끌어낸 데 이어 22대 총선과 21대 대통령선거까지 의혹 제기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검 출범 전부터 과거 선거의 전산 기록과 서버를 수사 대상으로 못 박아 선관위의 조직적 조작 의혹을 특검의 핵심 수사 대상으로 만들고, 민주당이 승리한 최근 선거들의 정당성까지 정치 쟁점으로 만들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6·3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 전국 159개 투표구에서 투표자 수와 투표율을 고의로 허위 입력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서울 은평구 불광1동 1·6투표구에서 6시간 동안 투표자 증가 수가 200명, 100명, 0명, 200명, 100명, 100명으로 똑같이 나타났다며 이 같은 '쌍둥이 투표구'가 전국 5쌍, 10곳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일정한 수치를 번갈아 입력한 사례도 9곳, 100명 단위 반복 증가나 장시간 정체 등 유사 사례도 140곳에 이른다고 했다.

주 의원은 앞서 21대 대선에서도 109개 투표구에서 비정상적인 기록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에서 시작한 문제 제기를 총선과 대선으로 확대한 셈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주52시간 규제 부작용과 국민 일자리 보호를 위한 노동 정책의 미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7.30.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우연이 반복되면 조작이고 조작이 누적되면 헌법 유린"이라며 선관위 특검의 조속한 출범을 촉구했다.

나 의원은 "투표율을 쥐락펴락했다면 당락의 결과인들 바꾸지 못했겠는가"라며 중앙선관위와 시·도 선관위 서버, 접속·수정 기록, 과거 선거 전산자료 원본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모든 선거를 대상으로 투표자 수와 투표용지 발급 수, 최종 득표수까지 전면 재검증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시작한 문제 제기를 총선과 대선으로 넓히며 특검 수사 범위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선관위 특검의 출발점을 개별 투표소의 관리 부실이 아닌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조작 의혹'으로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한 22대 총선과 21대 대선의 정당성을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올려놓으려는 계산이 깔렸다고 본다.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이 장기화하면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선거 관리의 적정성을 계속 해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다만 국민의힘이 현재까지 제시한 증거들은 시간대별 투표자 수 입력 기록에 관한 것이다. 전산 입력이 실제 현장 상황과 달랐는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 최종 투표자 수나 득표수가 조작돼 당락이 바뀌었다는 사실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입력 오류가 고의였다는 점과 최종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

이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락 변경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의혹 제기 범위를 민주당이 승리한 선거들로 넓힐 경우 선관위 관리 부실을 규명하려는 요구보다 패배한 선거 결과를 흔들려는 정치 공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검 수사에서도 조직적 개입이나 최종 결과와의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으면 국민의힘이 '선거 불복 프레임'에 갇혀 중도층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시간대별 투표자 수의 입력 오류를 밝히는 것과 최종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가뜩이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선거 불복'이나 '민주주의 부정' 프레임에 갇히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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