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필요하면 법과 제도를 고쳐서라도 파격적으로 택지를 확보해 주택 공급에 나서야 한다"며 전방위적 주택 공급 총력전을 주문했다.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신속하고 충분한 주택 공급이 부동산 정상화 여부를 가를 핵심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부동산 공급·금융대책 발표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각종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택지도 기존 규제에 얽매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신규 택지 10만 가구를 포함해 총 '23만 가구+α'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 제한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3일 비거주·초고가·다주택에 세 부담을 더하는 내용의 '2026 세제개편안' 발표에 이어 부동산 세제·공급·금융 정책 발표가 일단락된 것이다.
세제개편안 발표 후 시장에선 세금을 활용한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가 요원하다며 신속한 주택 공급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도 "세제 개편안은 집값을 잡기 위한 게 아니라 조세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6월 말 관훈토론회에서 "닥치고 (주택을) 지어야 한다"며 이른바 '닥공'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허가 절차 단축과 법 개정을 통한 택지 공급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2022년부터 공급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인허가 축소와 착공 지연 등의 실기로 부동산 공급 절벽이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야당 책임론을 거론한 셈인데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선 야당과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이날 주택 공급 관련 도시정비법 등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를 열 계획이었으나 국민의힘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의 속도전을 위해서도 국회 차원의 협조가 필요하다. 정부는 공급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평균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고,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 8만9000가구의 착공도 1~2년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짧게는 수개월에서 수 년의 시간이소요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단축하려면 '공공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동시 추진하기 위한 '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 전이다.
주택 공급 부지 확보에는 서울시의 협조가 중요하다. 정부 안팎에서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서울시가 난색을 표한 용산어린이정원과 서울 강남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는 이날 공급 대책 발표에서 제외됐다. 향후 정부와 서울시간 추가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대책을 계기로 정책의 무게 중심이 '세금과 실거주'에서 '충분하고 지속적인 공급 확대'로 보다 분명하게 전환되기를 촉구한다"면서도 "녹지 훼손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입장을 확인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부동산 정책의 유연성을 거듭 강조한 것도 추가 의견 수렴과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정책안을 만들되 좋은 제안, 수정안이 제시되면 합리적으로 검토하고 투명하게 토론하고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가는 게 정상적인 정책 결정 과정"이라고 했다. 특히 "국민, 전문가, 야당,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해 실용적인 대책을 짜임새있게 만들고 완성해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