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을 두고 충돌을 거듭했다. 추 지사는 국정감사 시작에 앞서 고(故) 김진석 소방위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재차 사과했고 여당은 추 지사 발언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면서도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야당은 발언의 문제는 물론 사과의 진정성까지 의심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양측의 날 선 공방에 고성이 오가면서 한때 국정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추 지사는 19일 열린 국토위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최근 저의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소방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소방관의 헌신을 누구보다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며 "소방관의 안전과 처우를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첫 질의부터 공세를 이어갔다. 김종양 의원은 "제복 공직자의 대표적 상징인 소방관들에게 지울 수 없는 모욕적인 망언을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 걸고 국민께 봉사하는 제복 입은 공직자의 자긍심을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는 추 지사 발언을 두고 "이것이야말로 2차 가해, 또 다른 망언"이라며 "속칭 '개사과'"라고 비판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곧바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오늘 국감은 경기도의 국토교통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정부 차원에서 감사하는 날이지, 추 지사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날이 아니"라고 맞받았다. 이어 "국감 현장에서 국토위와 아무 상관 없는 내용이 정쟁 수단으로 소환돼선 안 된다"고 원활한 감사 진행을 요청했다.
이에 김 의원은 "추 지사를 대변하러 왔느냐. 작전이냐"고 비판했고 문 의원은 "행안위 얘기를 왜 하느냐"고 반박했다. 두 의원 간 고성이 오가며 감사 초반부터 파행 위기에 직면했지만 복기왕 감사반장의 중재로 충돌은 일단락됐다.
국민의힘의 질타는 이어졌다. 김미애 의원은 "처우개선을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재정 빨대'라는 표현을 했다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어떻게 소방 공무원 가슴에 피멍 들게 하는 발언으로 절박한 심정을 표현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도의 소방안전교부세 집행률이 전국 18개 시도 중 17위인 점을 지적하며 "고귀한 희생에 예산과 실천으로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은 "사용하는 용어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철학이 드러난다"면서 "적절한 사과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사과를 하라고 하니까 사과한다'는 발언은 추 지사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계속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추 지사 발언을 지적하면서도 맥락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이번 발언은 잘못된 발언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지사도 거듭 사과하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공론화해서 (소방 예산을) 국가 예산으로 집행할 수 있게끔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강득구 의원도 "(소방 예산을) 현재까지 90%를 지자체가 부담하는 부분에 대해 누구나 다 공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추 지사가 얘기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방향과 대안을 찾자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여아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 발언을 두고도 충돌했다. 부 의원은 추 지사 발언의 맥락을 설명하면서 "소방이 국가직임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부담하니까 재정을 진짜 쭉쭉 빨아먹는 것 아니냐"고 했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인건비와 지원 비용의 약 90%를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같은 부 의원의 표현을 문제 삼으며 "순직 소방관을 보내드리는 날 결코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번은 실수일지 몰라도 두 번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이 자리에서 국민과 소방관분들께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부 의원은 "정쟁으로 활용하는 작태"라며 "앞뒤 문맥을 정확히 봐야 한다. 국가직으로 승격된 후 국회는 과연 책임이 없는지를 물었던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면서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갔고 감사가 잠시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