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빚 못갚는 채무자 '면책', 가장 잘해주는 법원은?

권재칠 법무법인 중원 변호사
2015.02.16 06:20

우리나라에 있는 돈이 모두 5000만원이고, 인구도 같은 수라고 해보자. 단순하게 국민 각자가 1원씩 가지고 있으면 빈부격차가 없는 이상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물론 다른 재산적 가치를 모두 돈으로 환산하였을 때 가능한 논리이다.

돈이라는 것이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한다지만 유독 본인에게만 돈이 돌지 않아 돌아(?)버릴 지경에 다다른 사람도 수백만명 이상이다. 살다보면 돈이 오고가다가 결국에는 1000만원 이상 가진 사람부터 줄을 세우면, 100만원 이상 가진 사람, 10만원 이상 가진 사람, 1만원 이상 가진 사람, ·····, 1원을 가진 사람, 그 뒤에는 1원도 없는 사람, 다음으로는 빚만 있는 사람 순이 될 것이다.

빚만 있는 사람이 돈을 벌어서 빚을 갚을 수 있게 되면 다시 국민 모두가 각자 1원씩 가지고 사는 유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렇지 못하다. 빚을 지게 되는 사유도 연대보증계약으로 돈 한 푼 만져보지도 못하고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부터 이 카드 저 카드로 흥청망청 그어 대다가 부채를 지게 되는 경우 등 다종다양할 것이다.

어쨌거나 빚만 있는 사람이 자신의 능력으로는 상환이 불가능하게 되고, 생활까지 어려워진다면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파산 및 면책제도가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그 상세한 법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법의 심오한 뜻은 어차피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에게 계속 빚을 갚으라고 해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으니, 차라리 빚에 대한 책임을 해방시키는 면책을 하여주고 대신에 새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빚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법원에 파산 및 면책신청을 하고 있고, 법원은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결정 이후에 법에서 정한 면책불허가 사유가 없으면 면책결정을 해주고 있다.

면책불허 사유로는 △파산자가 자기 재산을 숨기거나 다른 사람 명의로 바꾸거나 헐값에 팔아버린 행위 △파산자가 채무를 허위로 증가시키는 행위 △파산자가 낭비 또는 도박 등을 하여 현저히 재산을 감소시키거나 과대한 채무를 부담하 는 행위 △파산자가 현저히 불리한 조건으로 채무를 부담하거나 신용거래로 구입한 상품을 현저히 불리한 조건 으로 처분하는 행위 △파산자가 파산원인인 사실이 있음을 알면서 어느 채권자에게 특별한 이익을 줄 목적으로 파산자의 의무에 속하지 않거나 그 방법 또는 시기가 파산자의 의무에 속하지 않는데도 일부 채권자에게만 변제 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아직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은 일부채권에게만 변제하거나 원래 대물변 제 약정이 없는데도 일부 채권자에게 대물변제하는 행위를 포함) △파산자가 허위의 채권자명부를 제출하거나 법원에 대하여 그 재산 상태에 관하여 허위의 진술을 하는 행위가 있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면 면책을 받을 수 있는데 아래의 표가 지난해 주요법원의 면책상황이다.

권재칠 변호사

전체 건수 중 면책인용율이 제일 높은 법원, 다시 말해서 파산선고 이후 면책을 잘해주는 법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작년 기준 1만5231건 중 1만4313건에 대하여 면책결정을 하여 그 인용율이 93.97%이다. 인천지방법원, 창원지방법원이 그 뒤를 이었고 이와 반대로 면책에 가장 인색한 법원은 인용율이 82%대인 부산지방법원과 광주지방법원으로 나타났다.

각 법원별로 면책인용율이 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그렇다면 채무자로서는 면책을 잘해주는 법원에 가서 파산 및 면책신청을 하여야 할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나, 인천지방법원으로. 그러고 보니 면책인용도 수도권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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