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우리도 '무조건 소송'보다 조정·중재가 필요하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온라인리걸센터 대표변호사
2015.03.02 06:45
김승열 변호사

법원의 전통적인 분쟁 해결 방식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가까운 예로 지식재산분쟁의 경우 법원보다는 대체적 해결이 오히려 대세인 실정이다. 대체적인 분쟁 해결 절차의 대표적인 예는 중재와 조정이라 할 것이다. 물론 중재는 대체분쟁절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제적인 분쟁에서는 국제적인 집행력도 많이 활용된다. 그런데 더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할 제도가 바로 조정제도이다. 일반 실무가 입장에서는 조정에 대해 다소 부정적일 수도 있다.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당사자들이 조정을 통해 원만하게 합의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판결도 가장 나쁜 화해보다 못하다는 법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지식재산활용 및 분쟁해결과 관련해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자 하버드 로스쿨 등을 방문했다. 하버드 법과대학의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파이낸싱 전문교수 및 동아시아연구소 관계자들과도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로스쿨에서 협상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현지 조정과 중재를 전담하는 기구를 방문했을 때는 다소 충격을 받았다. 해당 조정·중재 기구가 비영리단체가 아닌 영리회사였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의 조정 성사율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다.

이 조정 기관에서 위원들은 조정 청구 등 정당한 법적 근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곧바로 당사자들이 원하는 비즈니스 결론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즉 당사자가 새로이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정위원은 어떤 방안이 원만한 이해관계를 도모할 수 있는 상생의 대안인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같은 접근이 높은 조정 성사율로 나타나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조정위원이 자신의 소요시간에 따라 비용을 청구한다는 점이다. 즉 판사 역할을 하며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서비스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때마침 현지 지식재산 전담 변호사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분쟁 사안에서 당사자들이 모두 지친 상태였기에 거의 포기한 채 하와이에서 하루 동안 머무르며 조정을 통한 해결을 시도했다고 한다. 양측은 정해진 마감 시간 10분 전까지도 전혀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조정 위원이 최종 조정안을 내자 원만하게 해결하고 모두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해당 조정위원은 그날 하루 8시간을 일한 대가로 양쪽 당사자로부터 25만달러를 받았다고도 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드문 사례일 수 있다. 아울러 이처럼 성공적인 조정에는 미국의 소송절차에 소요되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같은 접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소송 결과에 기초해 조정을 유도한다. 그러나 앞서 본 사례처럼 법적인 시시비비보다 당사자의 이해관계에 집중해 해결 방법을 찾는 방식이 소비자의 수요에 더 부합한다. 이제 사법 절차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조정 과정은 과거 사실에 대한 법적인 시시비비에 집중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과거보다는 현재 또는 미래의 이해관계에 관심이 많다. 조정위원들이 편의주의에 빠져 핵심을 놓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분쟁해결 기법도 이제는 더 소비자에 친화적인 방안으로 나아가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것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어쩌면 중간 과정은 거추장스럽다. 다시 말해 당사자들은 각자의 변호사보다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정 위원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이같은 요구에 따라 법률 서비스도 이에 적극 부응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변호사들이 분쟁을 다룰 때 조정위원으로서 접근한다면 미래의 법률시장에서 크게 각광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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