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부터 행정자치부가 4081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도로명주소'가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으로 지역문화 고유성을 잃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도로명주소가 동·리 등 행정구역 구분을 할 수 없어 내년 총선 때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10일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이 행정자치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자부가 종전 지번주소를 도로명주소로 바꾼 이후 파인토피아로, 골든루트로, 루비로 등 외래어로 표기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은 'APEC로', 울산시 북구 효문동은 '모듈화산업로',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갈곶리는 '엘지로'로 바뀌었다. 또 경북 봉화군 봉화읍 문단리는 '파인토피아로', 경남 김해시 주촌면 농소리는 '골든루트로', 인천시 청라지구는 '루비로', '사파이어로', '에메랄드로' 등으로 각각 외래어 명칭이 생겼다.
이 의원은 "도로명주소를 쓰는 명분 중 하나가 일재잔재를 청산하기 위해서인데, 무분별론 외래어를 도로명주소로 사용해 우리 문화의 고유성이 상실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지역에서 쓰던 동과 리의 명칭은 없어지고 서구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도로명주소로는 동·리 등 행정구역을 구분할 수 없어 내년 총선 때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함께 나왔다.
예컨대, 대전시 중앙로는 중구와 동구를 가로지르고 있고, 중앙로를 주소로 하는 행정동은 중구 은행동, 선화동, 대흥동과 동구 중앙동 등이라 유권자의 선거구 구분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선거구민의 주소를 받아도 동별로 선거구가 나뉘므로 상세주소를 쓰지 않으면 해당주민이 어느 선거구에 사는지 일일이 지번에 맞춰봐야 해서 당장 내년 총선 후보자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4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인 도로명주소로 행자부는 길 찾기가 쉬워지고 화재나 범죄 등 긴급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경찰과 소방관들은 출동신고를 받고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하소연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