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남성 특히 장년층 이상의 남성들에겐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최근 우리사회는 신(新)모계사회로 이행한 듯하다. 2030세대 여성들과 이혼상담을 하면서 이들은 확실히 전 세대와는 다르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를 들어보자.
#1. 31세의 여성 K씨는 결혼 2년차로 5개월 된 아들이 있다. 결혼 준비 때부터 비용을 놓고 깐깐히 따지는 남편 및 시댁과 갈등이 컸다. 장보러 갈 때 차로 데려다 달라고 하면 남편은 '내가 기사냐'며 싫어하고 맞벌이인데도 가사분담을 거부했다. 결혼 후 남편 명의로 집을 사서 K씨의 월급으로 대출을 갚고 있는데, 남편은 월급날만 되면 K씨에게 빨리 월급을 보내라고 심하게 독촉한다. 시간이 지나도 남편의 이기적인 성격이 바뀔 것 같지 않아 최근 이혼을 결심했다.
#2. 35세의 여성 L씨는 결혼 5년차로 15개월 된 딸이 있다. 남편이 집에 와도 말을 하지 않고 혼자 방에서 컴퓨터 게임만 해서 결혼 초부터 다툼이 잦았다. 아이를 낳으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출산 후에도 남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고 육아분담도 거부해 관계가 악화됐다. 계속 싸우면서 사는 것이 아이 정서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이혼하려 한다.
#3. 28세의 여성 S씨는 결혼 1년차로 임신 5개월째다. 결혼 직후 결혼 전 남편이 S씨와 다른 여자를 동시에 만나 그 여자가 남편의 아이를 임신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크게 실망한 데다 최근 남편이 만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른 여자들에게 접근한 사실을 발견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아이는 친정에서 낳고 친정 부모님과 키울 생각이다.
이 사례들은 누가 봐도 무사히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경우들인데, 40대 이후 세대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가 어리면 이혼하지 않고 대체로 10년 이상(5060대는 20년 이상) 참아보다가 이혼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아이를 아빠가 있는 가정에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어린아이를 여자 혼자 키우자니 엄두가 안 났기 때문이었다. 친정에서 이혼한 딸을 창피하게 여기면서 출가외인이라고 받아주지 않던 시절의 얘기다.
그러나 요즘의 20~30대는 확실히 이 점에서 달라진 것 같다. 사례 2의 L씨는 "시간이 지나도 남편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이혼하는게 맞다. 아이가 아빠랑 같이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계속 싸우는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는 않다. 아빠는 정기적으로 만나게 해주면 된다"라고 이혼결심사유를 말했다.
이들은 아이를 위해서 문제 많은 결혼생활을 억지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아이가 어릴 때 이혼하고 친정으로 돌아가서 친정부모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친정부모가 남편을 대신해 육아 파트너가 된 셈이다. 이들이 결혼 후 이혼결정에 이르는 시간은 몇 개월에서 최장 4~5년 정도로 전 세대에 비해 현저히 짧다.
친정부모들의 태도 또한 예전과는 다르다. "일단 결혼했으니 참고 살라"는 부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상당수의 친정부모들이 딸에게 "할 만큼 해보고 안 되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라. 아이는 우리가 키워주마"라고 하는 세상이 됐다. 딸이 낳은 아이도 우리 집 자손이고 책임질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딸은 출가외인이고 외손자는 사위집 자손이라는 전통적 관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적어도 20~30대의 젊은 세대에서는 모계를 중심으로 가족이 형성되는 모계사회질서가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런데 남편들이 달라진 상황을 인식 못하고 부계혈통 중심의 가족관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남편들은 아내가 자기 어머니처럼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해 가정을 유지할 거라고 기대하곤 한다.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불평등한 부부관계를 무의식중에 학습한 덕이다.
그러나 소위 알파걸로 키워진 요즘 젊은 여성들에게는 턱도 없는 소리다. 아내가 만족할 만한 가정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아내는 그리 오래지 않아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포기하고 평온한 친정으로 회귀해 아이를 키우는 쪽을 선택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가정을 유지하고 싶은 남편들은 신모계사회에서의 생존법을 연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