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를 정치적 선동에 이용하는 정대협을 즉각 해체하라."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모인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한일 위안부 협상 무효화를 주장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향해 "종북사상을 가진 단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대협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앞세워 자신들이 품은 체제전복 등 반국가적 행위를 도모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당시 현장은 정대협과 어버이연합 사이 '맞불집회'로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정대협 측 회원 100여명은 "한일 정부가 기만적인 합의로 이제껏 정의를 세우고자 싸워온 피해 할머니를 분노케 했다"며 "가해자와 동조자 간 정치적 야합에 불과한 이번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시간 어버이연합 측 회원 150여명은 경찰 벽을 사이에 두고 정대협에게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한 어버이연합 회원은 "일본 외무상이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며 "일본 정부가 사죄했음에도 정대협 등은 수요집회를 통해 굴욕적인 협상이라고 국민을 선동한다"고 비판했다.
어버이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대협을 '종북세력'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종북활동 수단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끌어들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정대협이 아무것도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를 꼬드겨 정치적 선동에 일삼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달랐다. 매주 열리는 수요집회에서 정대협은 자리만 마련할 뿐 할머니들에게 정치적 발언을 주문하는 일은 보기 어려웠다. 할머니들은 주로 자신이 받아온 고통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했고, 정권을 규탄하거나 체제를 비판하지는 않았다.
위안부 문제에서 피해자는 할머니들이다. 가장 아픈 사람도 할머니들이다. 보수와 진보를 운운하기에 앞서 이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게 먼저다. "25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외쳐왔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9) 할머니가 줄곧 해온 말이다. 수십년간 싸워온 할머니들을 종북과 연결짓기 전에 어버이연합은 진정 어버이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돌아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