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를 상대로 112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회장 한택근)은 16일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을 대리해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소송을 낸 피해자들은 정부 피해조사에서 1~4등급을 받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포함한 436명이다. 436명 중 실제 피해자는 235명, 이 중 숨진 피해자는 51명이다. 피해자들 중 미성년자는 63명으로 이 중 5명이 숨졌다.
총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약 112억원이다. 사망 피해자의 경우 5000만원, 폐손상 등 질병 피해자들은 3000만원, 피해자 가족의 경우 정신적 위자료 1000만원 등이 일률적으로 정해졌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법원의 감정 등을 통해 재산에 대한 피해가 확정되면 청구금액이 5∼10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고는 국가를 비롯해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세퓨, 롯데쇼핑, 홈플러스, 애경산업 등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 22곳이다.
집단 소송의 대리인 간사를 맡은 최재홍 변호사는 피고 명단에 국가를 올린 데 대해 "헌법 36조에 모든 국민이 보건에 관해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규정이 있다"며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확실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검찰과 환경부 등은 사건 당시 법률규정이 미비해 법적 책임을 묻기 애매하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당시 국가가 흡입독성 실험 등을 요구하지 않고 태만하게 제품 판매를 허가했다면 국가 배상 책임도 충분히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집단 소송의 대리인 단장을 맡은 황정화 변호사는 "여러가지 입증 문제 등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완전히 배상을 받을 때까지 재판 과정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완전히 구제를 받을 때까지 공동 대리인단이 열심히 나서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대표 강찬호씨는 "돌이켜 보면 모든 일들이 상상초월이었다"며 "제 정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사건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데 손을 놓을 것인지 나서 싸울 것인지의 문제"라며 "이 소송이 알려지고 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소송에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씨는 또 "이 소송은 법리적으로 싸우는 게 아니고 가피모 차원의 전체적 공동 대응을 하겠다는 우리들의 싸움 방식 중 하나"라며 "어려운 싸움이라는 것을 알지만 할 수밖에 없다. 모든 싸움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