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대 가해 기업으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외국인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에 나선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외국인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존리 전 옥시 대표(48·현 구글코리아 사장) 등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을 우선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오는 19일 오후 2시 옥시의 재무담당 이사인 울리히 호스터바흐씨를 소환해 조사한다고 18일 밝혔다. 존리 전 대표에 대해서도 이르면 이번주 내 변호인을 통해 소환을 통보할 방침이다.
앞서 구속된 신현우 전 대표(68)는 옥시가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던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대표를 지냈다. 호스터바흐씨는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옥시의 재무를 담당해 왔으며 존 리 전 대표는 신 전 대표의 후임으로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5년간 옥시의 한국법인 대표를 지냈다.
존 리 전 대표가 근무했던 시기는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이 판매되던 시기와 겹친다. 피해자들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던 때와도 맞물려 있다. 검찰은 존 리 전 대표가 해당 제품의 유해성을 인지했는지, 적절한 조치는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존 리 전 대표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성분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판매해 피해를 발생시킨 혐의로 구속돼있다. 옥시는 이렇게 만든 살균제로 177명의 피해자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존 리 전 대표의 후임으로 현재 싱가폴에 있는 거라브 제인 전 대표도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거라브 제인 전 대표 명의로 연구 조작 의혹으로 구속된 서울대 조모 교수에게 자문 계약서가 보내진 사실을 파악했다. 옥시의 증거인멸 의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검찰은 거라브 제인 전 대표에 대한 소환이 꼭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거라브 제인 전 대표의 경우 외국에 거주 중이라 소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 대상자들은 옥시가 영국 레킷벤키저에 인수된 이후 한국 법인에서 대표를 지냈거나 마케팅, 법무팀, 재무 등을 담당한 외국인"이라며 "일부는 국내에 있지만 영국, 호주,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국내 전문가로부터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듣고 무시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 선임연구원 최모씨는 가습기 살균제 개발을 검토하며 살균제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노모씨를 찾아간다. 노씨는 곰팡이 제거제 '팡이제로'를 개발한 인물로도 알려져있다.
노씨는 당시 최씨에게 "PHMG는 흡입독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았다. 독성 실험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와 관련된 보고서도 만들었으나 옥시는 흡입독성 실험 없이 제품을 출시한다. 검찰은 이 사실이 옥시 윗선으로도 보고 됐지만 옥시는 이를 무시하고 제품 출시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