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공여자가 선처를 받기 위해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무죄가 나왔다. 이런 식으로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의 부정부패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즉시 항소를 해 시정을 구하겠다."
지난 23일,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1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민영진 전 KT&G 사장(58)이 무죄를 선고받자 한 검찰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이런 판결은 앞으로 부정부패 수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과연 검찰 말대로일까. 이 질문에 적절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민 전 사장에게 무죄가 선고된 이유를 잘 살펴봐야 한다. 법원은 민 전 사장의 혐의와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이들이 선처를 받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본 것은 아니다. 이들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사정이 다수 존재했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다.
'민 전 사장이 2009년 10월쯤 부하 직원 이모씨에게서 승진 청탁 대가로 40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은 민 전 사장의 대표 혐의다. 그러나 이씨는 당초 액수를 2000만원이라고 했다가 4000만원으로 변경했다. 돈을 마련한 방법도 기억하지 못했다. 민 전 사장에게 돈을 건네면서 구체적으로 승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 당시 민 전 사장은 사장에 취임할지도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은 증거가 금품 공여자 진술 뿐인 상황에서 여러 정황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을 기소하면서 관계자들의 진술 외에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짜맞추기식 수사와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KT&G 수사가 '실패작'이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민 전 사장 무죄의 이면에 검찰의 무거운 책임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법원의 탓을 하고 있다. 부정부패와 같은 거악을 척결해야 한다는 검찰의 목표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법원이 판결로 말하듯 검찰은 수사로 말한다. 자신들이 유죄라고 자신했던 혐의가 법원에서 무죄로 판단됐다면 불만보다는 반성이 앞서야 한다.
"우리가 기소했던 피고인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관계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혹 수사에 미비한 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보겠다. 항소심에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혐의 입증에 만전을 기하겠다." 피고인의 무죄 판결에 검찰이 이 같은 태도를 보이기 바라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