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오너 일가 중 최초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여)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4일 배임수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신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 이사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면세점 사업부를 총괄하며 롯데면세점과 롯데백화점 등에 매장을 입점시켜주는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30억여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구속기소)와 화장품업체, 요식업체 등 복수의 업체가 매장 입점을 위해 신 이사장에게 뒷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자신의 아들 장모씨가 소유한 BNF통상을 통해 컨설팅료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신 이사장이 실질적으로 BNF통상을 운영하며 가족들을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급여 명목으로 돈을 챙겨간 사실도 밝혀내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신 이사장의 첫째 딸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둘째 딸과 셋째 딸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B사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횡령죄의 공소시효 안에 이 딸들 앞으로 부당지급된 회삿돈만 4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일 신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브로커 한모씨 등과의 대질신문도 이뤄졌다. 신 이사장은 조사에서 "업체들로부터 받은 돈은 정당한 컨설팅비용으로 본인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이사장에게 증거인멸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BNF통상 대표 이모씨가 신 이사장으로부터 증거인멸을 지시받지 않았다고 해 혐의사실에 넣지 못했다"며 "구속사유로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신 이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오는 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신 이사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은 신 이사장을 구속한 뒤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94)의 셋째부인 서미경씨(57)와 함께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몰아받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롯데케미칼의 원료 수입 과정에 일본 롯데물산이 개입돼 부당하게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일본과 사법공조절차를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검찰은 "법무부에 형사사법공조 요청서를 정식 제출했다"며 "일본 롯데물산 등의 지배구조와 이익 처분에 관련된 회계자료 등도 같이 요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원료를 수입하며 일본 롯데물산을 중개업체로 껴 넣고 부당하게 수백억원대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의 원료수입 중개를 맡았던 A사의 대표로부터 "일본 롯데물산은 롯데케미칼 원료수입 중개에서 한 일이 없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롯데는 이에 대해 "1997년 외환위기(IMF) 시기 국제 금융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용도가 높은 일본 계열사를 활용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롯데 측은 이와 관련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