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으로 수사기관 힘 더 세진다

이태성 기자
2016.07.28 15:19

[김영란법 합헌]수사기관 자의적 김영란법 적용, 표적수사 등 우려…고소, 고발, 소송 등 증가

/김지영 디자이너.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9월부터 원안대로 이 법이 시행되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힘은 더욱 막강해질 전망이다.

28일 헌재는 김영란법의 금품수수금지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직무와 관련된 금품수수를 금지하고 더 나아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더라도 동일인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금품의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 △의례 등을 목적으로한 선물 등은 처벌 예외사유로 들고 있다.

이 법은 수사기관이 금품의 대가성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뇌물죄 등에 비해 적용이 쉽다. 누구로부터 금품이 들어왔는지, 또는 얼마나 금품을 받았는지만 입증하면 처벌이 가능하다. 범죄성립의 기준이 낮은 만큼 특정인을 형사처벌을 받게 하기도 용이하다.

이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이 표적을 정해 이 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야당 정치인,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 등을 상대로 김영란법 위반을 근거로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처벌 수위가 결코 낮지 않다"며 "특정인 수사를 위해 이 법이 이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특정 인사를 봐주려 할때도 이 법이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 등 처벌 예외사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A 변호사는 "처벌 예외사유에 대한 해석 범위가 너무 넓다"며 "기존에도 수사기관의 법 적용이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김영란법으로 수사기관의 판단 범위가 기존보다 더 넓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이 기준을 '입맛대로' 적용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수사기관의 별건수사도 더 쉬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범죄혐의가 있는 공직자에 대한 수사에서 입증이 쉬운 김영란법 위반부터 찾아낸 뒤 다른 의혹을 추궁하는 식의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인을 겨냥한 고소·고발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무원 인사철에 자주 등장하는 '묻지마 투서'가 수사기관으로 접수될 수 있다. 또 법원에 김영란법을 근거로 한 과태료 처분 등에 대한 불복 소송 역시 늘어날 확률이 높다. 공무원 입장에서 과태료 처분은 인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김영란법에 대한 위헌 의견을 내며 "김영란법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입증이 용이한 청탁금지법에만 주로 의존하게 함으로써 부정부패 척결의 규범력과 실효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헌재 결정은)국민들의 행동기준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국민들은 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먼저 국가에 물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헌법상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상실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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