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매각 시비를 불러일으킨 금호터미널 매각과정에서 가격 산정의 핵심인 실사 보고서가 조작된 정황이 포착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실사를 맡겼다는 회계법인이 정작 자신들은 실사를 하지 않았다며 법인 직인 도용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다.
금호터미널 매각을 둘러싸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금호가(家) 형제갈등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0일 재계와 수사당국에 따르면 중견회계법인인 삼덕회계법인은 최근 경찰에 자사 직인을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사문서위조)로 소속 회계사 A씨(34)를 고소했다. 금호터미널 실사보고서에 삼덕회계법인 직인이 찍혀있는데 삼덕회계법인이 실사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보유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4월 말 2700억원을 받고 금호기업에 회사를 넘겼다. 금호터미널은 금호기업과 합병 절차를 진행 중이고 합병이 완료되면 박삼구 회장 일가가 지분 67.7%를 보유한 지주회사로 새롭게 출범한다.
이 과정에서 금호터미널 기업가치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됐다는 논란이 나왔다. 서류상 삼덕회계법인이 금호터미널 기업가치를 2700억원에 평가한 것으로 돼 있지만 삼덕은 실사 용역계약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호터미널이 현금성 자산을 3000억원 이상 보유한 데다 매년 100억원이상 영업이익을 올리는 알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가 2700억원이 낮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이 "자금 동원력이 약한 박삼구 회장 지원을 위해 일부러 가치를 낮게 매겼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실제로는 삼정KPMG를 통해 실사를 하고 삼덕회계법인의 이름만 빌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삼정KPMG는 아시아나항공의 외부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으로 이해상충 방지(공인회계사법)에 따라 실사 업무를 할 수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삼덕회계법인과 정식 (실사평가) 용역계약을 맺고 대금 지불 후 세금계산서도 발행받았다"며 "직인 도용 문제는 삼덕회계법인 내부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세금계산서를 제시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삼덕회계법인은 실사 직후인 4월 금호아시아나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금호석화의 외부감사 업무를 수임했다. 삼덕회계법인은 현재 고객사의 상대방을 공격하는 내용의 고소를 낸 셈이다.
경찰은 금호터미널 실사보고서의 직인이 위조됐다는 고소 내용에 따라 위조 여부와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금호터미널 실사보고서가 무효가 되면 파장은 적지 않다.
박삼구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려 경영권 분쟁 중인 박삼구-박찬구 회장 형제에게 강력한 돌발변수가 될 수 있다.
삼정KPMG가 금호터미널의 실사를 맡은 것으로 드러나면 금호터미널 헐값매각에 따른 배임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승대)의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남부지검이 박삼구 회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 중인 만큼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