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전 오늘… '의정활동의 꽃' 국정감사 부활하다

이미영 기자
2016.10.05 06:00

[역사 속 오늘] 1949년 열린 첫 국감, 유신헌법 때 중단… 6·10 항쟁 후 부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조경태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하고 있다./사진=뉴스1

"증인 똑바로 대답하세요!"

"이 부분이 사실입니까?"

1997년 터진 한보사태 때 김민석 전 의원은 '한보사태 청문회'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정치 신인이었던 그는 재벌 총수와 총수를 호위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호통쳤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재벌에 반감을 갖기 시작했던 사람들은 그를 보고 '대리만족'했다. 김 전 의원이 정치신예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이보다 앞선 1988년 열린 청문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감 스타 자리를 차지했다. 5공 비리조사에서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일해재단 의혹을 오목조목 짚었다. TV로 국감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과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던 전두환 정권의 민낯을 하나하나 드러내주는 그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청문회나 국정감사가 국민들에게 '사이다' 역할을 했던 때가 있었다. 정부의 비리나 의혹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국민이 정부를 감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오르면서다.

1988년 이전 16년 간은 국감이 열리지 못했다. 법적 근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관보에 실린 제헌헌법 전문/자료=위키피디아

국감은 우리나라 정부가 처음 연 국회에서 정례화됐던 국회의 중요한 기능이었다. 제헌헌법 43조에는 "국회는 국정을 감시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제출받거나 증인을 출석, 증언, 의견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를 포함한 정부 기관을 감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국정감사는 1949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국회에서 한 차례 시행됐다. 당시 국정 감사에는 삐라 살포사건, 대한정치공작대사건, 신탁은행부정대부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국정감사의 역사가 순탄하지는 않았다. 22년 뒤인 8대 국회(1971년)때 10·17 조치로 국회가 강제 해산 됐기 때문. 1972년 유신정권 때 만들어진 유신헌법에는 경제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국회가 행정부나 국가기관을 감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졌다.

박정희 정부를 거쳐 전두환 정부까지 국민의 정부 감시권은 꽤 오랜시간 박탈당한다. 하지만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이 일어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대통령 직선제를 반대하는 전두환 대통령의 '호헌조치',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정부 측에 의해 사망한 이한열·박종철 열사의 소식에 시민들이 거리로 뛰어 나오게 됐다.

결국 6월29일 당시 민주정의당 대표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선제를 선언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이를 바탕으로 하는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졌다. 이 개헌에는 국회의 국정감사권도 포함됐다.

다음해인 1988년 10월5일, 마침내 국회는 16년 만에 국감을 재개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전두환 정권의 각종 비리, 권력남용이 국민들에게 공개됐다. 국감이 권력을 감시하고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국민들이 권력의 민낯을 보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감은 국회의원 활동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국민들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사이다 국감'은 보기 쉽지 않다.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은 빠지고 피감 기관과 증인들을 큰소리로 다그치기만 해 '호통국감'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최근에는 국정감사가 여야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14년 8월 최초로 열흘씩 나눠서 열리기로 했던 분리국감은 세월호법과 서비스발전 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로 여야가 갈등을 빚으면서 시작도 하지 못하고 연기됐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동의안이 야당 주도로 통과되면서 여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편파적인 진행을 했다고 비난하고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투쟁까지 벌였다. 결국 국정감사는 일주일간 여당이 빠진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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