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장, 감옥 갈 각오로 한몫 챙기는 자리?"

김민중 기자
2016.10.10 04:50

[기자수첩]만연한 재건축 비리…"신세 망친다는 신호 줘야"

"원래 재건축·재개발 조합장은 감옥 몇 년 갔다 올 각오하고 한몫 챙기는 자리에요."

최근 만난 서울 강남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의 말이다. 그만큼 조합 비리가 만연해 있고 또 심각하다는 얘기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비리 첩보가 무수히 많이 들어온다"며 "수사할 조합들이 쌓여 있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재건축 조합 비리는 너무 흔하다. 8월 서울시는 "3~5월 재건축·재개발 조합 500여곳을 조사한 결과 부정사례 130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서울동부지검은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인 '가락시영' 조합 비리를 집중 수사 중이다. 브로커들과 조합장, 심지어 조합장 대행까지 줄줄이 구속 기소되며 최대 재건축 비리 사건으로 기록될 조짐이다.

가락시영을 수사하던 중 우연히 인근 삼익그린맨션 재건축 조합장의 비리(3230만원 뇌물수수)가 적발돼 지난달 말 징역 3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해당 조합장을 잘 안다는 한 창호업자는 "더 심한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이 많은데 정말 재수 없게 걸렸다"고 말했다.

정부도 심각성을 모르지 않는다. 공공관리제도나 신탁 사업방식을 도입하는 등 나름의 정화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좀처럼 근절될 기미가 안 보인다.

결국 손해 보는 사람들은 수많은 조합원들, 소중한 보금자리를 꿈꾸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재건축 비리는 고스란히 조합원 분담액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자격 미달 업체에 일감을 주면 부실공사 가능성을 키워 자칫 대형 인명피해를 낼 위험도 있다.

전문가들은 더 강한 채찍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모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존재"라며 "한몫 챙기다 걸리면 감옥 몇 년이 아니라 수십 년 옥살이를 하거나 천문학적인 벌금을 낼 수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 비리를 저지르면 신세 망친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는 뜻이다. 검찰에 건설 중점 청을 설치해 수사의 전문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은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 열풍이 불고 있다. 이면에는 거대한 비리의 씨앗들이 뿌려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품 없는 분양가, 안전한 집을 위해선 비리 척결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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