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받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1부(고법판사 이승철 조진구 김민아)는 7일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은 생중계됐다. 재판이 끝난 뒤 한 전 총리는 수감 중이던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한 전 총리는 이날 검은 정장에 흰 셔츠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주문이 선고되는 동안 한 전 총리는 굳은 얼굴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에서 오는 막중한 책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12·3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는 방법으로 내란에 가담하는 편에 섰다"며 "죄를 감추기 위해 사후 범행까지 저질렀다는 점에서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인 징역 23년을 파기하고 새롭게 형을 정했다. 원심이 유죄라고 판단한 혐의 중 증명이 부족한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서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혐의에 대한 구체적 유무죄를 가리기에 앞서 내란죄의 성격과 한 전 총리 행위 등을 종합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죄가 아닌 내란 중요임무 종사죄를 전제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당초 한 전 총리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으로 기소됐다가 이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추가됐다. 1심에서도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에 대해선 범죄로 성립될 수 없다고 보고 그 외 혐의에 대해서만 유무죄를 가렸다.
한 전 총리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비상계엄 선포의 사전 절차적 요건을 구비한 행위,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관련 지시 이행방안 논의, 비상계엄 선포 후 절차적 요건 구비 시도, 계엄 해제 국무 회의 심의 지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사후 계엄 선포문 표지 허위 작성·이를 대통령 비서실 부속실에 보관)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공용서류 손상(강 전 실장·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사후 계엄 선포문 표지를 손상) △위증(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에서 거짓 증언) 혐의를 받는다.
먼저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범죄 사실에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조치가 위헌·위법한 것이고 국헌 문란 목적으로 계엄이 선포돼 포고령이 발령되고, 군인과 경찰 병력 등이 집합해 폭동 행위로 나아갈 것이란 걸 인식했다"며 "한 전 총리는 이런 인식에 따라 내란에 가담하기로 결의해 비상계엄의 절차 요건을 갖추기 위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칠 것을 건의하는 등 내란 행위에 종사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독자들의 PICK!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중 △비상계엄 선포 전 형식적 의사정족수를 채우는 등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 같은 외관을 형성한 점 △국무위원들에 대한 참석 취지의 서명을 종용한 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주요 기관 봉쇄 계획 및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관련 지시 이행방안을 논의한 점에 대해선 원심판결과 동일하게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에서 △국무위원 부서 외관을 형성하려고 했다는 점 △윤 당시 대통령 참석 예정 행사에 대신 참석해달라는 요청에 응한 점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 상황 확인 및 국회 통고 절차 확인 등 절차적 요건을 구비하려고 시도했다는 점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받고도 지연시킨 점에 대해선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이유 무죄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공모해 사후 계엄 선포문 표지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해당 선포문 표지가 '비상계엄 선포 전 정상적인 국무회의를 거쳤다'는 허위까지는 증명되지 않아 일부에 대해선 이유 무죄로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해당 선포문 표지를 대통령실 부속실 서랍에 둔 것만으로는 '행사'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허위작성 공문서 행사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 및 공용서류손상죄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 전 실장과 윤 전 대통령과 순차 공모해 무단으로 대통령 기록물인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를 손상했단 점이 인정된다"며 이를 유죄로 본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과 관련된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이상민 전 장관에게 문건을 건네주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한 부분에 대해선 허위 진술이라 단정하기 부족하다며 원심과 달리 이유 무죄로 판단했다.
한 전 총리의 재판은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전 총리 측은 선고 직후 기자들을 만나 "사실 관계나 법리 면에서 납득할 수 없다"며 "상고해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