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외설'
올해 정년 퇴임한 연세대학교 마광수 교수(65)는 24년 전 오늘(1992년 10월 29일) 강의 중 음란문서제조·반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해 발간된 책 '즐거운 사라' 개정판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게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유였다.
1991년 8월 25일(서울문화사) 나온 이 책은 한 달도 안돼 문화부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판매금지 결정을 받았고 1992년 8월 28일 개정판(청하출판사)을 내놨으나 결국 문제가 됐다.
마 교수는 그해 12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연세대에서 직위해제 됐고 1995년 6월 유죄가 확정돼 해임됐다. 1998년 사면돼 그 해 연세대 교수로 복직해 강단에 다시 섰다. 징역형을 받은 그는 은퇴(지난 8월) 후 명예교수의 자리에도 오르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추천으로 문단에 오른 마 교수의 구속은 '표현·예술의 자유'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마 교수는 일부 진보단체와 지식인·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자유로운 성(姓)'에 대한 그의 사상은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검찰은 "(이 책은) 생면부지 남자와 성관계, 동성연애, 대학 스승과의 부도덕한 음란행위 등이 여과되지 않은 채 장황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며 "도덕성을 파괴하고 성질서를 문란케 할 뿐 아니라 청소년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표도 구속했고 인쇄소와 판매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였다.
마 교수의 구속에 대해 성균관 등 보수단체들은 적극 환영하며 '음란 작가·변태 교수'라는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이문열 작가는 "구역질을 동반한다. 보잘 것 없다"며 쏘아붙였고 일각에선 마 교수의 교수자질을 문제 삼기도 했다. 책 내용과 관련해 마 교수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란 인신공격도 있었다.
마 교수가 앞서 발표한 책들도 문제가 됐다. 그는 수필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등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반열에 올라 있었고 이에 대한 재검증도 이뤄졌다. 그는 책을 발표하면서 수차례 징계를 받았다.
마 교수는 적극 반발했다. 그는 "예술이냐 외설이냐는 독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젊은이들이 가진 성의식과 행복관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지 음란물은 아니"라며 "문학적 표현을 문제삼아 작가를 소환하는 것은 후진국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마 교수의 편도 있었다. 문단에선 사법기관이 '표현·예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의견도 거셌다. 시인 고은 등 문인들은 문학작품에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출판탄압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고 대학생들은 규탄시위를 벌였지만 마 교수의 사법 처리를 막진 못했다.
표현과 예술의 자유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마 교수는 2007년 '즐거운 사라'를 온라인에 올렸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여전히 출간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