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시·도와 시·군·구 관할 중앙부처인 행정자치부가 지자체들이 자치권을 갖고 제정하는 자치법규를 관리하는 '자치법규과'를 신설키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행자부가 여전히 상위법을 들이밀며 자치권을 통제·간섭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행자부는 '행정자치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을 개정해 부내 지방행정실 소속으로 '자치법규과'를 신설한다고 9일 입법 예고했다. 2018년 12월까지 존속하는 조직으로, 과장급 포함 10명을 정원으로 두고, 이중 3명은 법제처 공무원을 두기로 했다.
자치법규과의 주요 업무는 지자체들이 제정한 자치법규 현황 관리·분석부터 연구 및 개선, 컨설팅, 쟁점 발굴, 정비 지원, 평가와 포상, 심사와 운영, 중앙·지방 협력체계 구축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뒀다.
행자부가 기존에도 상위법과 맞지 않는 자치법규 등을 정비해왔지만, 과 단위 조직을 신설해 관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지자체 조례가 많은데 기존엔 선거의회과에서 직원 2명이 정비해 인원이 부족했다"며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해서 법제처와 협업 과제로 해서 과 하나를 신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행자부가 기존에도 상위법을 들이밀며 자치법규를 간섭해 갈등이 잦았다며 당장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자치법 22조를 보면 법률의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제정하라고 돼 있어 이미 지방자치권이 상당히 제약 받고 있다"며 "자치법규과를 새로 만드는 게 통제를 강화하겠단 느낌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상위법 위반이라는 것이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냐"며 "조직이 생기면 자치법규를 더 많이 들여다 볼 것이고, 간섭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행자부가 지자체들에 대한 '교부세'와 '조직권'을 틀어쥐고 통제와 간섭을 하고 있단 지적이 많았던 것도 지자체들의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갈등이 지난해와 올해 논란이 불거졌던 서울시의 '청년활동 지원사업(이하 청년수당)'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청년 3000명에 매달 50만원씩 청년수당을 주겠다고 하자 행자부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켜 사회보장제도 신설시 정부와 협의하지 않을 경우 교부세를 삭감토록 했다. 이에 서울시는 "정부가 지방교부세를 수단으로 해서 지방의 지역 복지사업 전반을 중앙에서 승인토록 규정하는 것은 지방교부세법 위배 소지가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특히 지자체들이 그간 줄기차게 중앙정부가 수행해야 할 과도한 복지를 지방에 분담하는 것과 국세와 지방세(8:2) 비율 조정, 탄력적인 조직 운영 등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지만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단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행자부는 "자치법규과 신설은 지방자치권을 통제하고 간섭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헌법이 규정한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성숙한 지방자치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