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o!… 취준생부터 60대 교수·주부까지 '랩' 열풍

이슈팀 이재은 기자
2017.03.04 06:05

랩 학원 "수강생 400% 증가"… 나만의 가사로 손쉽게 개성 표현

#직장인 A씨(28)는 최근 여자친구에게 할 기억에 남는 프러포즈를 고민하다가 랩학원에 등록했다. A씨는 "남이 쓴 노래 가사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쓴 가사로 멋있게 프러포즈하면 의미가 클 것 같았다"며 "프러포즈 때문에 시작했지만 랩을 배우면서 생활에 또다른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승원씨(42)는 최근 랩을 배우면서 아들과 더욱 친밀해졌다. 그는 "중학생인 아들이 랩 음악을 듣는 모습을 보고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랩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 후반 미국 빈민가 흑인들의 저항문화에서 출발한 랩이 대중의 입으로 들어오고 있다. 단순히 듣고 즐기며 흥얼거리는 수준을 넘어 직접 가사를 만들고 배우며 즐기는 것.

4일 음악 및 학원업계에 따르면 랩을 가르치는 학원은 최근 수강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수를 꿈꾸는 연예인 지망생이 랩 학원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일반 수강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실용음악·랩 학원 SMMA아카데미에 따르면 이 학원의 지난해 랩 수강생은 전년대비 400% 증가했다. 방효민 SMMA 아카데미 대표는 "예전엔 학원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컬 수업을 받았지만 이제는 랩 수강생이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랩 강사이자 래퍼인 김아무게(30)는 "3년 전만 해도 취미 수강생은 별로 없었는데 이젠 대부분이 취미 수강생"이라고 설명했다.

랩 학원 수강료는 보통 한 달 4회 기준 10만~15만원선. 이보다 더 비싼 개인 과외도 있다.

랩을 배우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스웩(swag)' 때문. 본래 '훔친 물건'이란 뜻의 스웩은 대중문화에선 자기만족과 자아도취, 자유로움, 가벼움 등을 뜻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멋'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랩이 '멋진', '스웩있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SNS 스타들부터 먼저 취미로 랩을 배우고 있다.

SNS스타도 랩을 배운다. 사진은 SNS스타 이강석(28)씨. /사진=이강석 페이스북

남다른 재력으로 유명해져 24만명의 페이스북 팔로워를 가진 SNS 스타 이강석(28). 그 역시 같은 이유로 학원에서 랩을 배우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SNS스타로서 나름대로의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가장 인기있는 트렌드인 랩을 배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랩 강사·래퍼들은 랩의 매력으로 '나만의 노래'라는 점을 꼽는다. 랩은 비트에 '내가 쓴 가사'를 붙여 노래하기 때문에 그만큼 의미와 가치가 남다르다. 독특함을 꿈꾸고 나만의 것을 찾는 요즘 사람들에게 적합한 취미다.

취업준비생들도 본인만의 매력을 내세우기 위해 랩을 배운다. 취업준비생 B씨(여·23)는 "아나운서 면접 때 개성있는 모습으로 주목받기 위해 단기 속성코스로 면접에 대비해 랩을 수강중"이라고 말했다.

배우기 쉽다는 점도 랩이 대중을 파고드는 데 한몫했다. 음악을 만들려면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만 랩은 가사만 써도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창작이 수월하다. 랩은 멜로디가 없고 비트에 가사만 쓰면 완성되기 때문이다.

랩은 보통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기존 곡들을 배우면서 시작한다. 처음엔 플로우를 타는 법, 랩 발성을 내는 법 등 기초적 지식을 배우고 이후 기존 비트에 본인이 원하는 가사를 써 '라임' 넣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랩을 가르치고 있는 한 강사는 "보통 두 달 정도면 타인이 보기에 적당히 모양을 갖춘 랩 솜씨를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랩 강사 김씨는 "랩에 관심만 두다가 취미로 랩을 자세히 배우고 싶다며 수강 중인 60대 교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며 랩을 배우는 40대 주부도 있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들은 주로 퇴근 후 레슨을 받는다.

최근 랩 관련 방송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도 랩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등 랩 배틀·랩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일반인들도 참여하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전문 래퍼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랩은 일부 마니아층이 즐기는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듣는' 랩에서 '하는' 랩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랩을 배우기 시작한 박승원씨/사진=SMMA 아카데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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