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정규직화 요구가 경찰 조직에도 몰아치고 있다. 무기계약직인 일선 주무관들이 그동안 법적 근거 없이 교통 범칙금 부과 업무를 담당해왔다며 공무원 신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경찰은 땜질식 해법을 내놔 논란이 예상된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 교통과 민원실에서 근무하는 주무관들은 교통 범칙금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국민신문고 등에서 제보받은 영상을 보고 교통 위반 여부를 판독·결정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이다. 이 업무는 경찰관과 행정관(공무원), 경찰 주무관이 담당하고 있다.
경찰 주무관들의 노동조합인 '경찰청공무직노동조합'(경공노)은 자신들이 하는 업무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도로교통법상 경찰관이 아닌 일반 비정규직 근로자는 단속권이나 사법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교통 위반 여부를 스스로 판독·결정하는 일,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이 각각 단속권과 사법권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편다.
문제가 불거지자 경찰청은 이달 초 경찰 내 교통단속처리지침 일부 조항을 개정했다. 제2조 적용대상 및 범위에 '경찰관서 소속 행정관 및 주무관 등은 영상판독, 고지서 등의 통지, 민원 대응 등 단속 관련 행정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주무관도 단속 행정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든 셈이다.
하지만 교통단속처리지침이 단지 내부 지침이라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로교통법 제161조(과태료의 부과·징수)에 따르면 교통 과태료는 지방경찰청장이나 시장, 교육감 등이 부과·징수하도록 돼 있다.
이경민 경공노 위원장은 "우리가 이 업무를 합법적으로 수행하려면 공무원 신분이 되거나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경찰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내부지침만 바꿨다"고 말했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는 "경찰 인력이 달리니 편법으로 과태료 부과 자격이 없는 비정규직(경찰 주무관)을 고용해 일을 시킨 것"이라며 "이는 경찰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긴 격"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경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이란 개념이 애매하지만 도로 현장에서 (교통 법규 위반) 차량을 적발하고 정지시킨 뒤 위법 여부를 판단, 처분까지 하는 행위에 가깝다"며 "단순히 제보 영상을 판독해 과태료 부과 업무를 하는 것은 단속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주무관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도 아니고 교통과·계장 지휘를 받는다"고 해명했다.
내부 교통단속처리지침을 개정한 이유는 "(노조에서) 문제 제기를 하니 지침에 명시를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무관들의 정규직화 요구와 별개로 논란 소지를 차단할 근본 대책 마련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정훈 변호사는 "도로교통법에서 과태료 부과 업무는 지방경찰청장이 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시킨 것은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며 "하지만 법에는 권한 위임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경찰 주무관은 모두 1580명이다. 이중 교통과 민원실에서 논란이 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수백명 수준이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교통과태료·범칙금 관련 인력현황'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해당 주무관은 164명이다. 경공노는 최근 교통과 민원실 업무가 늘어 이 인원이 최대 600명까지 늘어났다고 추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