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판사들에 대해 평가한 결과를 반드시 판사 인사에 반영토록 입법화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2008년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시작으로 전국 지방변호사회가 각급 법원 판사들에 대한 평가를 매년 내놓고 있는데, 이를 판사 인사의 기준이 되는 근무평가에 반드시 반영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평가의 공정성 문제를 놓고 입법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기 위해 최근 동료 의원들로부터 공동발의 서명을 받는 작업에 착수했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선 최소한 10명의 공동발의자가 있어야 한다.
김 의원은 공동발의 요청 공문에서 "판사 인사에 변협의 법관평가 결과를 필수적으로 반영하도록 해 판사 인사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개정안 발의의 취지를 밝혔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법정에서 막말을 내뱉거나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는 판사들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판사들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부적절한 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일부 판사들이 방종으로 치닫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부분의 주와 일본의 경우 변호사회에 의한 판사평가를 인정해 판사의 법적 능력, 공정성, 태도, 재판준비 등을 평가항목으로 설정하고 그 평가결과를 재임용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판사 인사에서 변호사들의 평가 결과에 얼마나 가중치를 둘 지는 사법행정 당국이 결정할 문제"라며 "변협은 평가만 할 뿐 인사에 개입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법관평가 시스템만으로는 '막말판사'나 고압적 태도로 일관하는 판사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며 "변호사에 의한 법관평가제 도입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판사들은 마뜩잖은 반응을 보였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소송의 준(準) 당사자로서 사실상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가 본인이 맡은 소송의 승패와 무관하게 객관적 평가를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법관평가를 무기로 변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주려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경법원의 한 판사는 "정말로 공정하게 진행된다면 변호사들의 평가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변호사들의 평가를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몇년 전 평가 대상이 아닌 한 배석판사가 변호사들에 의해 '우수법관'에 선정됐는데, 알고보니 그 판사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로펌에서 몰표를 줬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난 적도 있다"고 했다.